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2화. 법인 비품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다이어리 사건에 대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감사합니다"라며 다이어리를 받아 갔고, 나는 "단," 뒤의 문장을 묻지 않았다.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접힌 자국이었다.
대신 회사에 첫 이사회가 다가왔다. 신임 대표의 데뷔 무대. 임원들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의 답을 채점하러 오는 자리.
그 주부터, 이상한 규정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월요일 밤 10시, 대표실. 발표 자료와 씨름하는 내 책상에 도시락이 놓였다.
"야근 식사는 경비 처리 대상입니다." 차우빈이 말했다. "규정입니다."
수요일엔 비가 왔다. 로비에서 우산을 두고 온 걸 알았을 때, 그가 우산을 내밀었다. 검은 장우산. 손잡이가 낡아 있었다.
"법인 비품입니다. 쓰십시오."
비품치고는 손에 익은 낡음이었다. 우산을 펴자 안쪽 대에 유성 매직으로 쓴 작은 글씨가 스쳤다. 이니셜 같기도 한, 지워지다 만 흔적.
목요일 아침엔 일정표에서 회의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그 시간대는 규정상 대표 휴식 시간입니다. 이사회 전주에는 오후 회의를 2건 이하로 제한합니다."
금요일 밤, 나는 결국 총무팀 규정집을 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읽었다.
야근 식사 경비 규정: 있음. 단, 부서장 승인 필요 — 승인자 란에는 내 사인이 아니라 차우빈의 사인이 있었다. 법인 비품 우산: 비품 대장에 우산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음. 이사회 전주 회의 제한 규정: 그런 규정, 없음.
전부 그가 만든 규정이었다. 아니, 규정이라는 이름의 다른 무언가였다.
나는 비품 대장 마지막 장에 볼펜으로 한 줄을 적어 넣었다. 「우산 1. 검정. 손잡이 낡음. 관리자: 비서실.」 이제 있는 규정이다. 유치한 승리감이 들었고, 그 유치함이 꽤 오래 따뜻했다.
이사회 전날, 리허설을 했다. 관객은 차우빈 한 명.
나는 3주를 갈아 넣은 발표를 했다. 60년 된 회사의 재고 자료를 뒤졌고, 조부의 창업 노트를 읽었고, 다이어리 시장의 숫자를 외웠다. 문구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문구의 미래에 대해 말했다. 종이에 손으로 쓰는 일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해.
발표가 끝났다. 15분. 차우빈은 아무 말이 없었다.
1초. 2초. 3초.
채점하는 눈이, 처음으로 채점을 멈추고 있었다.
"…수정할 부분이," 그가 말했다. "없습니다."
그리고 안경을 고쳐 썼다. 나는 나중에 알게 된다. 그 동작이 이 남자의 최대 출력이라는 걸. 8년 동안 선대 회장의 발표에서도 세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걸.
"기준 미달은요?"
"오늘 자로," 그는 서류를 정리하며 시선을 피했다. "기준을 상향합니다."
리허설이 끝나고 그가 회의실을 나간 뒤, 문 앞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조부의 측근이었던 한 이사. 30년을 회사에 있었고, 이사회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
"차 실장. 자네가 8년 모신 게 누군데 저런 애송이 밑에 있나."
"…"
"자네가 모아 온 대표의 실수 목록 말이야." 한 이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일 이사회에서, 이제 쓸 때가 됐네."
실수 목록.
첫날부터 매일 저녁 6시 50분, 그가 정리해 온 나의 실수들. 오탈자와 호칭 오류와 거른 점심들. 그 목록이 어딘가에 쌓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일, 나를 끌어내리는 서류가 될 수 있다는 것.
우산과 도시락과 없는 규정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있었던 걸까.
차우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회의실에서 나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