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조별과제에서 만난다
1화. 너부터 말해. 뭐 잘하는데?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경영전략론은 전공 필수고, 전공 필수의 조 편성은 재난 문자와 같은 방식으로 도착한다. 피할 수 없고, 수신 거부가 안 되고, 읽는 순간 하루가 끝난다.
「경영전략론 조 편성 공지. 12조: 송하경, 태윤.」
강의실 앞자리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나도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정확히 중간에서 부딪쳤다.
송하경. 경영학과 수석 후보. '같은 조 되면 지옥'이라는 소문의 주인공. 그리고 2년 전부터, 나의 공식 원수.
그녀가 먼저 일어나 내 책상 앞으로 왔다. 돌려 말하기라는 걸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음걸이였다.
"최악이네." 그녀가 말했다. "너부터 말해. 뭐 잘하는데? 역할 분담은 오늘 끝낸다."
"인사가 먼저 아니야?"
"인사할 사이 아니잖아. 우리."
맞는 말이라서 더 화가 났다.
우리가 인사할 사이가 아니게 된 건 1학년 겨울, 교내 공모전 때문이다.
나는 그때 소비 데이터 분석 파트를 맡았고, 밤을 새워 만든 그 파트는 발표 당일 — 내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 밑에 붙어 있었다. 조장은 어깨를 으쓱했고, 심사는 끝났고, 상은 남의 것이 됐다.
그리고 나는 들었다. 송하경이 뒤에서 그랬다더라. "쟤 파트는 원래 걔 실력이 아니야."
그날부터 우리는 원수였다. 그녀도 나를 볼 때마다 눈이 좁아졌으니까, 사정은 몰라도 쌍방이었다.
첫 회의는 과방에서 열렸고, 12분 만에 전쟁이 됐다.
내가 준비해 간 초안을 그녀는 정확히 세 장 넘기고 내려놨다.
"이걸 초안이라고 낸 거야?"
"뭐가 문제인데."
"3페이지. 시장 규모 추정에 출처가 없어. 6페이지, 경쟁사 분류 기준이 문단마다 달라. 결론은 근거보다 먼저 나와." 그녀는 숨도 안 쉬고 말했다. "다시. 목요일까지."
"넌 뭘 할 건데."
"나머지 전부." 그녀가 가방을 챙기며 일어났다. "네 파트가 제일 쉬운 거야. 그것도 못 하면 말해. 내가 하게." 문고리를 잡고, 반 박자. "…구조는 봐줄 만했어. 아주 조금."
문이 닫혔다. 나는 초안을 노려봤다. 화가 나는 지점이 정확히 하나 있었는데, 그건 그녀가 짚은 세 군데가 전부 진짜 구멍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날 밤 11시 40분, 메일이 왔다.
발신자 표시가 없는 학교 계정. 제목 없음. 첨부 하나. 「경영전략론_12조_자료정리.pdf」
열어 보고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내 초안이었다. 정확히는, 내 초안의 뼈대를 그대로 살린 보강본이었다. 시장 규모 추정엔 출처가 세 개씩 붙었고, 경쟁사 분류는 기준 하나로 통일돼 있었고, 결론은 근거 뒤로 이동해 있었다. 낮에 "다시"라는 말을 들은 문서가, 밤 사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 살아 있었다.
버린 게 아니라 고쳐 놨다. 구조는 건드리지 않고. 그러니까 이 문서를 고친 사람은, 내 구조가 맞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다음 날 과방에서 물었다. "어제 그 정리본, 네가 보냈어?"
송하경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조교가 돌린 거겠지." 그리고 반 박자 뒤에, 조금 빠르게. "…쓸 거면 각주 서식이나 맞춰. 다음 안건."
나는 조교님께 물었다. 조교님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그 주 내내 나는 정리본을 썼다. 쓰면서 계속 이상했다. 고친 사람은 내 초안을 나보다 오래 읽은 사람이었다. 어디가 뼈고 어디가 살인지 아는 손이었다.
금요일 밤, 마지막 페이지까지 갔을 때 그걸 봤다.
각주. 저자-연도 표기, 쉼표 위치, 페이지 약물의 생김새까지 — 어디서 본 서식이었다.
나는 노트북을 뒤져 2년 전 폴더를 열었다. 1학년 공모전. 내 이름이 지워졌던 그 발표 자료.
각주 서식이 같았다.
그 자료를 만든 사람이 누구든 — 그 사람이 지금, 발신자를 지우고 내 문서를 고치고 있다.
"그때 그 자료도," 나는 빈 과방에서 소리 내어 말했다. 말하다가, 말이 멈췄다.
— 얘가 만든 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