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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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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급 생존율은 3퍼센트였다

4화. 유리는 안쪽으로 떨어졌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10시 정각. 창밖에서 —

쇠가 쇠를 긁는 소리가 났다.

옆 건물이었다. 외벽 리모델링 공사를 두 주째 하고 있던 그 건물. 비계 위에서 자재 하나가 미끄러지는 게 보였고, 그다음은 보이지 않았다. 소리가 먼저 왔기 때문이다.

창이 깨졌다.

유리는 안쪽으로 떨어졌다. 창가 자리, 볕이 잘 들어서 다들 부러워하던 그 책상 위로. 모니터가 넘어갔고, 의자 등받이에 유리 조각이 박혔고, 내가 아침에 올려 둔 커피는 책상째 젖었다.

나는 세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서류를 든 채로.

"이안 씨!"

박선우가 자리에서 튀어나왔다. 상황실 전체가 일어났다. 누군가 안전팀을 불렀고, 누군가 창문 쪽 사람들을 뒤로 물렸고, 커피 머신은 그 와중에 네 번째 손님의 컵을 채우고 있었다.

"안 다쳤어요? 다리 저리다더니, 그거 때문에 살았네."

"…네."

나는 내 자리를 봤다. 의자에 앉아 있었다면 유리가 떨어진 위치는 정확히 어깨였다. 통계 출신은 이런 걸 즉시 계산한다. 계산하고 나서, 계산이 소용없다는 것도 즉시 안다.

책상 위 무전기는 유리 조각 사이에서 멀쩡했다. 지직, 하고 한 번 더 울렸다.

안전팀 조사는 20분 걸렸다. 자재 낙하, 시공사 과실, 부상자 없음. 조사관이 나한테 물은 건 하나였다.

"본인 자리인데, 왜 안 앉아 계셨어요?"

"다리가 저려서요."

두 번째로 하는 거짓말이었다. 첫 번째는 박선우한테였고, 그때는 거짓말인 줄 몰랐다. 이제는 안다. 조사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에 '이석 중'이라고 적었다. 세 글자가 나를 살린 이유가 됐다.

임시 자리는 상황실 안쪽, 창이 없는 벽 쪽이었다. 나는 서류를 들고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 동안 서류를 봤다.

사망 처리. 정정.

내기의 조건은 하나였다. 창가 자리에 앉지 말 것. 나는 앉지 않았고, 창은 깨졌다. 그러니까 그는 내일 일어날 일을 맞혔다. 규정집 어디에도 없는 종류의 내기에서, 나는 졌다.

서랍을 열었다. 서류를 넣었다. 잠갔다. 열쇠는 주머니에 넣었다.

이 서류는 월요일에 정식 보고가 되지 않는다. 대신 나는 경보보다 빠른 사람의 말을 믿은 오퍼레이터가 됐다. 통계 출신이 통계 밖의 것을 믿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내 주머니의 열쇠 말고는.

정기 보고 채널은 오후 2시까지 조용했다. 오늘 그의 게이트 일정은 없다. 나는 헤드셋을 쓴 채 임시 자리에 앉아 안전팀 보고서를 세 번 읽었다.

2시 4분, 무전이 열렸다.

"…앉았어?"

생존 보고가 아니었다. 능청도 아니었다. 낮고, 빠르고, 문장 끝이 느린 쪽. 정산 얘기를 할 때보다 더.

"안 앉았습니다."

무전 너머에서 소리가 났다. 숨을 길게 내쉬는 소리. 이 사람한테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 파일 넘기는 소리도 옷자락 소리도 없던 어제의 조용함 다음에, 오늘은 숨소리가 있었다.

"…그래."

"창이 깨졌습니다. 옆 건물 공사 자재였습니다. 부상자 없음."

"알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물은 건 창이 깨진 걸 어떻게 아느냐는 뜻이었다. 그런데 무전 너머에서는 다른 질문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대답이 오기까지 한참 걸렸다.

"내기에서 내가 이겼잖아."

"…네."

"그러면 서류는 서랍에. 그리고 안 물어보기. 그게 내기야."

그랬다. 조건은 하나였지만 내기는 둘이었다. 앉지 않을 것, 그리고 이기면 묻지 않을 것. 나는 주머니 속 열쇠를 만졌다.

"알겠습니다."

"…정직하네, 4번째."

능청이 돌아왔다. 딱 반 박자 늦게. 나는 그 반 박자를 이제 셀 수 있었다.

퇴근길에 나는 오늘의 숫자를 정리했다. 자재 낙하 시각 10시 0분 3초. 내가 자리에 앉지 않은 시간 20분. 내가 한 거짓말 2건. 잠근 서랍 1개.

그리고 하나 더. 그가 무전을 연 시각, 14시 4분. 사고로부터 4시간 뒤였다. 그 4시간 동안 이 사람은 무전을 열지 않았다. 열지 못했거나.

다음 날 아침, 임시 자리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이 올라와 있었다. 시설팀 발신. 창가 자리 복구 완료 예정일과 함께, 손으로 쓴 메모가 붙어 있었다.

— 자리 바꿔 드릴까요? 창가 무서우시면.

나는 창가 자리를 봤다. 새 유리가 끼워져 있었다. 볕이 잘 들었다.

거기 앉을지 말지를 정하는 사람이 이제 나 하나가 아니라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주머니 속 열쇠가 그 증거였다.

—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