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급 생존율은 3퍼센트였다
14화. 네 왼쪽 두 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9시 정각, 무전은 열렸다.
"오늘의 생존 보고. 팔다리 4개. 어젯밤에 무전 끊은 거, 배터리."
"무전기 배터리는 관리국에서 매주 점검합니다."
"…그래. 점검 잘하네."
거짓말이었다. 배터리는 생체 지표에 안 잡히지만 무전기 로그에는 잡힌다. 어젯밤 21시 11분, 수동 종료. 나는 그것을 확인했고, 따지지 않았다. 이 사람의 거짓말은 전부 덮개고, 어제 그 덮개 밑에 뭐가 있는지 나는 이제 알았다.
"오늘 일정은 없습니다. 내일 노원 3번, 오후 2시."
"응. 4번째, 재심 말이야."
"네."
"…통상 6주랬지."
"등급 재판정이 붙으면 더 걸립니다. 제가 붙였습니다."
"네가 붙였어?"
"F급 사고에 사망 4는 통계적으로 F급이 아닙니다. 접수자가 재판정 요청을 첨부할 수 있습니다. 규정 제22조."
"…규정 진짜 잘 아네."
"통계 출신입니다."
무전이 끊겼다. 이번에는 정상 종료였다. 로그에 그렇게 남았다.
오후에 나는 3년 전 관제 로그를 열었다.
은평 9번. 통신 기록은 붕괴 40분 전부터 두절까지 남아 있었다. 음성 파일은 없었고 텍스트 변환본만 있었다. 3년 전 장비는 그랬다. 목소리가 남지 않는다는 게, 오늘은 다행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읽었다.
— [조장 한수호] 진입. 5인 전원 이상 없음. 관제 잘 부탁합니다. — [관제] 확인. — [조장 한수호] 어이, 3개월 차들. 숨 쉬어. 들숨 다음에 날숨.
손이 멈췄다.
— [조원 서도윤] 넵. — [조장 한수호] 대답이 두 개면 하나는 거짓말이야.
나는 화면에서 눈을 뗐다가, 다시 봤다. 글자는 그대로였다. 3년 전 4월. 한수호가 3개월 차 서도윤에게 한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서도윤이 5개월 차 유성재에게 하는 말이었다.
계속 읽었다. 12분, 18분, 25분. 잡담이 있었다. 조장의 잡담이었다. 정산 얘기. "이번 회수는 5등분. 내가 조장이라고 더 안 가져가. 정산은 정확해야지." 그리고 31분.
— [조장 한수호] 도윤아. 네 왼쪽 두 발. 아니, 한 발 더. 거기 서. — [조원 서도윤] 네? — [조장 한수호] 거기. 움직이지 마.
38분.
— [조장 한수호] 뒤로. 전원 뒤로. 도윤이는 거기 그대로.
40분. 진동 감지 경보. 통신 두절.
나는 로그를 닫지 못했다. 닫으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닫을 수가 없었다.
네 왼쪽 두 발. 아니, 한 발 더. 이 사람이 신정 4번에서 신입한테 한 말은 이 사람의 문장이 아니었다. 3년 전 조장의 문장이었다. 정산은 정확해야지, 도. 들숨 다음에 날숨, 도. 대답이 두 개면 하나는 거짓말이야, 도.
이 사람은 3년 동안 죽은 조장의 무전을 하고 있었다. 자기 목소리로.
그리고 마지막 줄. 도윤이는 거기 그대로. 조장이 마지막으로 지정한 위치가 붕괴 구역 뒤편이었고, 거기서 하루 뒤 생존자 1명이 구조됐다.
3년 전에 3초는 없었다. 대신 사람이 있었다.
저녁, 재심 접수 확인서를 출력하러 창구에 내려갔다가 나는 우편함에서 봉투 하나를 봤다. 수신 3층 상황실 정이안. 발신인 한수연.
손글씨 한 장이었다.
—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3년 동안 아무도 이상치라는 말을 안 했어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하나만. 생존자분 담당이 아니시더라도, 만약 그분을 아는 분을 아시면 — 오빠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지 그분은 아실 것 같아서요. 관리국 기록엔 없어요. 40분에서 끊겨요.
나는 그 편지를 수첩 사이에 끼웠다. 표에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이제 수첩 절반이었다.
40분에서 끊긴다. 나도 안다. 그다음은 기록 밖이다. 이 사람이 진짜로 하는 말은 전부 기록 밖에 있고, 3년 전 조장이 마지막으로 한 말도 기록 밖에 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이다.
그 한 명은 오늘 아침에 배터리라고 거짓말을 했다.
밤 9시 3분. 무전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9시 10분까지 기다렸다가 헤드셋을 벗었다. 그리고 다시 썼다. 채널을 열었다. 내 쪽에서.
"서도윤 헌터님. 정이안입니다."
"…어."
바로 왔다. 헤드셋을 쓰고 있었다는 뜻이다. 무전을 열지 않고.
"내일 노원 3번, 오후 2시. 퇴근은 6시입니다."
"…응."
"그리고 여쭤볼 게 있습니다. 내기 밖에서요."
무전이 조용해졌다. 나는 세지 않았다. 대신 수첩을 폈다. 편지가 끼워진 페이지였다.
"내일 공략 끝나고요. 채널 말고."
"…그래. 집 번호로."
무전이 끊겼다. 정상 종료. 나는 달력에 표시를 했다. 27일. 그리고 처음으로, 남은 날짜보다 내일 공략이 끝나는 시간이 더 멀게 느껴졌다.
— 1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