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급 생존율은 3퍼센트였다
13화. 사망 4, 생존 1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확인됐습니다. 재심 신청 접수하겠습니다."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창구 직원의 문장이었다. 얼굴이 있는 사람 앞에서 사무적인 문장을 말하는 건 무전보다 어려웠다. 무전은 목소리만 사무적이면 되는데, 창구는 손도 그래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재심은 통상 6주입니다. 사고 당시 게이트 등급 판정에 대한 재검토가 포함되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등급이요."
"신청서에 F급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고 유형이 붕괴에 조원 5명 중 4명 사망이면 F급 사고 통계에서 이상치입니다. 재심에서 등급 재판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수연이 나를 봤다. 스물다섯쯤. 오빠와 닮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한수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 이름을 오늘 처음 봤으니까.
"3년 동안 아무도 그런 말 안 했어요."
"…통계 출신이라서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한수연이 서류 봉투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갈 생각을 안 했다. 유성재가 관제실 문 앞에 서 있던 그 표정이었다. 할 말이 남은 사람의 표정.
"저기요. 혹시 생존자분 담당이세요?"
손이 멈췄다. 화면에 내 이름이 떠 있었다. 창구 지원 오퍼레이터 정이안. 전담 헌터 정보는 창구 화면에 안 뜬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물어본 것이다.
"…담당 헌터 정보는 개인정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 네. 그렇죠." 한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 매달 15일에 돈이 들어와요. 3년째. 누군지 몰라요. 관리국인 줄 알았는데 아니래요. 오빠 보상은 F급이라 없다고 했거든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말이 규정에 없었다.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알면 그만 보내라고 하고 싶어서요. 오빠 몫은 오빠 몫이고, 그분은 그분 몫이 있을 텐데."
한수연이 인사하고 나갔다. 창구 너머로 그 사람의 등이 자동문을 지나 사라질 때까지 나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사망 4, 생존 1. 3년 전 서류에는 사망 5였을 것이다. 정정 전에는.
창구 지원은 6시에 끝났다. 나는 3층으로 올라가서 헤드셋을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창가. 새 유리. 볕은 이미 없었다.
사고 기록을 열었다.
3년 전 4월. 은평 9번. F급 판정. 조원 5. 각성 3개월 차 셋, 6개월 차 하나, 1년 차 하나. 서도윤은 3개월 차였다. 한수호는 1년 차였고, 조장이었다.
진입 40분 뒤 내부 붕괴. 통신 두절. 수색 이틀. 수색 종료 판정과 함께 조원 5명 사망 처리.
다음 날 오전, 붕괴 구역 뒤편에서 생존자 1명 구조. 서도윤. 사망 처리 정정.
그리고 그 밑에 짧은 한 줄.
— 구조 당시 생존자는 조장 한수호의 장비 태그를 소지하고 있었음. 유류품으로 처리.
나는 그 줄을 오래 봤다. 장비 태그는 헌터의 회수 장부다. 게이트 안에서 회수한 전리품의 소유를 증명하는 것. 그것을 들고 나왔다는 건 —
계산이 됐다. 하기 싫은 계산이었는데 됐다. 이 사람은 그날 조장의 몫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F급 판정이라 관리국이 보상을 안 주니까, 그 몫을 매달 나눠서 보내고 있다. 3년째. 메모 없이.
정산은 정확해야지. 이 사람이 하는 말이 처음으로 농담이 아니게 들렸다.
밤 9시 3분, 무전이 열렸다. 일정이 없는 날의 무전이었다.
"4번째. 오늘 창구였다며."
"…어떻게."
"박선우가 커피 머신 옆에서 하는 말이 무전에 다 들려. 그 사람 목소리가 커."
나는 박선우 자리를 봤다. 비어 있었다. 퇴근했다. 그 사람 목소리가 큰 건 사실이었다.
"창구 지원이었습니다. 규정 제19조."
"응."
무전이 잠깐 조용했다. 나는 이 조용함이 몇 초인지 세지 않았다. 세면 뭔가를 들킬 것 같아서.
"…누구 왔어?"
낮고, 느리고, 문장 끝이 거의 없는 목소리였다. 정산 얘기를 할 때보다 더 느린 쪽. 이 사람이 15일에 창구에 누가 오는지를 걱정한다는 걸, 나는 그 문장 하나로 알았다.
"등록 갱신 셋. 장비 보험 하나. 정산 이의 하나."
전부 사실이었다. 나는 사실만 말했다. 그리고 하나를 뺐다. 축소는 해도 조작은 안 하는 사람의 오퍼레이터답게.
"…그래."
"그리고 재심 신청 하나."
무전 너머에서 소리가 없었다. 숨소리도. 나는 헤드셋을 눌렀다.
"3년 전 사고입니다. 은평 9번. 신청인은 사망자 유족입니다."
"…"
"F급 판정에 대한 재검토가 포함될 겁니다. 통계상 이상치라서요. 제가 접수했습니다."
한참 뒤에 목소리가 왔다. 능청이 아니었다. 정산 목소리도 아니었다. 처음 듣는 종류의 목소리였다. 아주 낮고, 아주 느린.
"…걔 뭐래."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알면 그만 보내라고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빠 몫은 오빠 몫이고, 그분은 그분 몫이 있을 텐데, 라고요."
무전이 끊겼다.
끊긴 게 아니라 끊은 것이었다. 나는 헤드셋을 벗고 창밖을 봤다. 게이트 따위 존재하지 않는 도시처럼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기의 조건을 지키는 게 이행이 아니라 회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28일.
— 1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