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급 생존율은 3퍼센트였다
10화. 그 사람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기록 제출 기한 5일. 나는 첫날을 규정집으로 썼다.
감사팀이 요구할 수 있는 것: 관제 로그, 정산 기록, 통신 기록, 오퍼레이터의 업무 기록 일체. 요구할 수 없는 것: 오퍼레이터의 사적 소지품. 수첩은 사적 소지품이다. 서랍 속 서류는 — 관리국 서버에서 출력한 사본이니까 업무 기록이다. 잠가 놓은 서랍이라도.
그러니까 감사팀이 열쇠를 달라고 하면, 나는 줘야 한다.
둘째 날, 나는 통계실에 갔다.
통계실은 5층이다. 관제직 발령 전에 내가 갔어야 하는 자리. 그리고 2번째 전임 오퍼레이터가 사직 대신 전근을 택한 곳이기도 했다. 사직서 파일에는 '일신상 사유'가 적혀 있었지만, 인사 기록에는 '통계실 전보'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차이를 어젯밤에 발견했고, 그 사람의 이름을 오늘 처음 알았다.
류하진.
"3층에서 오셨죠. 4번째."
그 사람이 먼저 말했다. 모니터 두 대와 커피 한 잔. 나보다 다섯 살쯤 많아 보였고, 상황실 사람들처럼 목이 조금 앞으로 나와 있었다. 헤드셋을 오래 쓴 사람의 자세.
"…어떻게 아셨습니까."
"감사팀이 여기도 왔어요. 어제. 두 달 전 보고서 건으로."
류하진은 자기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 안 썼어요, 그 보고서. 3번째가 썼죠. 나는 사유란에 쓰다 말았고."
"그 사람은, 까지요."
그제야 류하진이 나를 봤다.
"스캔 화질이 좋았나 보네."
류하진은 4개월을 버텼다. 1번째보다 두 배였다.
"넉 달째에 알았어요. 그 사람이 3초 전에 움직인다는 거. 그건 사실 금방 알아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그다음이요."
"3초를 자기한테 안 쓰는 날이 있다는 거."
나는 상계 6번을 떠올렸다. 성재야, 멈춰. 뒤로 세 걸음. 류하진의 넉 달 동안에도 그런 날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신입이 아니라 D급 두 명이었어요. 합동에서 붕괴가 났고, 그 사람은 둘한테 위치를 불러 주고 자기는 늦게 나왔어요. 갈비뼈 둘. 나는 그날 밤 사유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은 자기 목숨을 계산에 안 넣는다.' 거기까지 쓰고 두 줄 그었죠."
"왜요."
"보고가 되니까." 류하진이 커피를 마셨다. "그 문장이 사직서에 남으면 그건 기록이에요. 기록은 감사팀이 읽어요. 그 사람이 자기 목숨을 계산에 안 넣는다는 걸 관리국이 알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위험 게이트에 우선 배정해요. 잘 살아남고, 남도 살리고, 정산에 진심이라 시끄럽지도 않으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헌터를 소모품으로 쓰는 공략 얘기가 나오면 농담이 사라진다던 사람이, 관리국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소모품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전근했어요. 사직하면 사유를 써야 하는데, 전근은 사유가 '본인 희망'이면 되거든요. 5층에서는 그 사람 로그를 숫자로만 봐요. 초록색 점도 아니고, 그냥 행이에요. 그게 편해요."
"…편한 게 이상하지는 않으셨습니까."
류하진이 웃었다. 짧게. 그 웃음이 무전 너머의 어떤 웃음과 닮아 있었다.
"4번째, 그 표 있죠. 경보 시각이랑 이동 시각."
"…있습니다."
"나도 있었어요. 넉 달치. 여기 올라올 때 버렸어요."
셋째 날, 감사팀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오 감사관. 40대, 서류 가방, 커피 사양.
"정이안 오퍼레이터. 전담 배정 4주 차 맞습니까."
"네."
"3번째 전임자 보고서 요지는 이렇습니다. 헌터 서도윤은 사고 발생 전 이상 행동을 반복하며, 이는 미등록 능력의 존재를 시사한다. 특이 각성자 관리 규정 제7조 검토 요망."
오 감사관이 서류를 넘겼다.
"두 달 전에 열흘간 조사했고, 결론은 '판단 근거 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보고서가 미결로 남은 건, 조사 종료 뒤에 3번째가 사직했기 때문입니다. 보고자가 없으면 종결 서명도 없어요."
"…그러면 이번 재검토는."
"당신이 종결 서명을 하든가, 새로 근거를 추가하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나는 서랍을 봤다. 잠긴 서랍. 사망 처리, 정정. 그것은 새로운 근거였다. 3번째가 못 찾은 것이었다. 감사팀이 열흘을 뒤지고도 못 찾은 것이었고, 통계 출신인 내가 첫 주에 찾은 것이었다.
"기록 제출은 기한 내에 하겠습니다."
"수첩 같은 거 있으면 그것도요."
오 감사관이 말했다. 지나가듯이. 나는 얼굴이 굳지 않도록 애썼다. 류하진이 넉 달치 표를 왜 버렸는지, 그 순간에 알았다.
"수첩은 사적 소지품입니다. 규정 제12조."
"…규정 잘 아시네요."
"통계 출신입니다."
오 감사관이 나갔다. 박선우가 커피 머신 앞에서 나를 봤고, 나는 헤드셋을 썼다. 채널이 조용했다. 오늘 그의 게이트 일정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조용한 채널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뭔가를 들킬 것 같아서.
기한까지 이틀이 남아 있었다.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