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마감 10분 전의 빵집

27화. 제가 정할게요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제가 정해도 돼요? 저희 시간을요."

나는 그 질문을 받았다. 6개월 동안 이 사람이 결정권을 나한테 두던 것을 나는 받기만 했다. 오세요. 못 들은 척하셔도 되는데. 유진 씨가 정하세요. 그 사람이 한 번도 자기가 정한 적이 없었다. 우리 사이의 것을.

"돼요."

내가 말했다. 0초였다. 이번 0초는 큰언니의 반사가 아니었다. 정한 것이었다.

"…그럼요."

하람 씨가 봉투를 준 손을 드디어 내렸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었다가, 뺐다가, 계산대를 잡았다.

"내일은 제가 쉬어요."

"…네?"

"가게요. 하루 닫아요. 2년 만에요. 몸살 아니고, 정해서요."

"그건 하람 씨 시간인데요."

"아니요. 저희 시간이요." 하람 씨가 나를 봤다. 직진의 얼굴이었다. 6개월 동안 한 뼘씩 오던 사람이 오늘은 한 뼘이 아니라, 그냥 왔다. "같이 쉬어요. 내일. 유진 씨도 휴가 내세요."

한 뼘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처음으로 나한테 뭘 하라고 했다. 휴가 내세요. 결정권을 나한테 두는 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자기가 정했다. 어머니가 정하라고 해서. 그런데 정한 것이 자기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쉬는 날이었다.

"…내일 목요일인데요."

"네. 목요일이요."

"회사에 뭐라고 해요."

"…'그냥'이요. 9월에 그러셨잖아요. 이유 없이."

정확했다. 9월의 휴가를 이 사람이 기억하고 있었다. 5년 만의 이유 없는 휴가.

"…그때는 이유가 없었는데, 이번엔 있네요."

"뭔데요."

"하람 씨가 정해서요."

집에 와서 팀장님한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연차 쓰겠습니다.' 답이 왔다. '갑자기? 무슨 일?' 나는 잠깐 생각했다. 큰언니의 문장은 '죄송합니다, 개인 사정이'였다.

'쉬려고요.'

그렇게 보냈다. 팀장님한테 쉬려고요, 라고 한 것은 5년 만이 아니라 처음이었다.

'ㅇㅋ. 잘 쉬어.'

팀장님도 처음이라 답이 짧았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8시. 나는 알람 없이 깼다. 알람 없이 깨는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현관문을 열었다. 신문을 가져오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열었다.

문 앞에 봉투가 있었다.

빵집 봉투. 그런데 가게는 오늘 닫는다고 했다. 3시 반의 캄파뉴도 안 나온다고 했다. 이 봉투는 어젯밤에 구운 것이거나, 오늘 새벽에 구운 것이었다.

봉투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오랜만의 포스트잇.

'오늘은 안 구웠어요. 처음으로.'

나는 봉투를 열었다.

비어 있었다.

빵이 없는 봉투였다. 6월부터 12월까지 매일 뭔가가 들어 있던 봉투가 처음으로 비어 있었다. 포스트잇이 하나 더 있었다. 봉투 안쪽에.

'봉투는 드리고 싶어서요. 빵 없이도 오셨다, 하고 싶어서. 10시에 골목 아래로 오세요. 아무것도 안 하러.'

빈 봉투를 식탁에 놓았다.

6월의 그 밤에 나는 무화과 캄파뉴를 식탁에 놓고 오래 봤었다. 하루 중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10분. 그것이 그때 내가 받은 것이었다. 10분.

빈 봉투를 오래 봤다. 이 사람이 오늘 나한테 주는 것은 빵이 아니었다. 10분이 아니었다. 하루였다.

9시 50분에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두 칸씩이 아니라, 한 칸씩.

— 2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