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0분 전의 빵집
2화. 3시 반의 얼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토요일 오후의 동네 마트에서, 나는 후드티를 입은 하람 씨와 마주쳤다.
"어? 손님이다."
셰프복이 아닌 하람 씨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밝은 건 그대로였다. 영업용이 아니었구나, 저 온도가.
"주말에도 이 동네에 실존하시네요?"
"저 여기 살아요. 골목 위 원룸."
"진짜요? 저는 가게 이 층이요. 이웃이었네." 하람 씨가 카트를 밀며 웃었다. "같이 돌래요? 저 오늘 재료 장 보는 날이라 오래 걸리는데."
하람 씨의 카트는 금방 찼다.
버터, 밀가루, 계란, 계절 과일. 전부 가게 재료였다. 카트 구석에 자기 몫이라고는 컵라면 하나가 굴러다녔다.
"저녁이에요?"
"네? 아, 네. 뭐." 하람 씨는 대수롭지 않게 컵라면을 밀가루 뒤로 밀었다. "반죽 하다 보면 뭐 해 먹기가 애매해서요."
빵집 사람이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운다. 그 문장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는데, 하람 씨가 다음 코너에서 "이 무화과 보세요, 손님 빵에 들어갈 애들" 하고 웃는 바람에 흘러갔다.
계산을 마치고 갈림길에서, 하람 씨가 나를 잠깐 봤다.
"근데 오늘 얼굴이, 3시 반쯤에 뭐 있었던 얼굴인데요."
나는 웃음이 터졌다.
정확했기 때문이다. 오늘 3시 반, 나는 후배가 낸 사고를 대신 수습하느라 토요일 오후를 반납했다. 마트에 온 것도 수습 전화를 다 돌리고 나서였다.
"어떻게 그걸 알아요?"
"관찰이죠. 손님 얼굴은 시간대별로 달라요. 오전 얼굴, 마감 얼굴, 그리고 오늘 같은 얼굴."
웃다가, 문득 자각이 왔다.
이 사람은 내 하루를 나보다 잘 세고 있다. 회사에서 내가 후배들에게 하는 것을, 이 사람은 나에게 하고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해 주지 않던 것을.
그래서 물었다. 물을 생각이 없었는데, 나왔다.
"하람 씨는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줘요?"
하람 씨는 카트를 멈추지 않았다. 웃는 것도 그대로였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바퀴 소리만 남았다.
"…네, 방금 그 말 맞아요."
하람 씨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얼굴이 조금 빨갰는데,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못 들은 척하셔도 되는데. 내일도 오세요."
나는 못 들은 척을 선택했다.
"…내일 신메뉴 나오는 날이죠. 그거 사러 갈게요."
어른의 방어라는 게 있다. 서른둘의 방어는 스물넷의 직진 앞에서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갈라졌고, 나는 골목 위로, 하람 씨는 가게 쪽으로 걸었다.
집에 와서 장 본 것을 정리하는데, 컵라면 하나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전부 챙기는 사람의 저녁이 컵라면이라는 것. 남의 하루는 시간대별로 세는 사람이 자기 저녁은 세지 않는다는 것.
정리를 마치고 손을 씻다가, 거울을 봤다.
웃고 있었다.
3시 반의 사고 수습도, 반납된 토요일도 그대로인데, 거울 속 사람은 웃고 있었다.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인정했다. 못 들은 척은 실패다. 다 들었고, 다 남았다.
그리고 내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