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마감 10분 전의 빵집

19화. 반만요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11월의 3시 반은 어두워지는 시간이 빨라졌다.

사진 속 오븐 불빛이 전보다 노랗게 찍혔다. '나왔어요. 오늘 몇 시였어요?' 나는 답했다. '없음.' 없음이 많아지고 있었다. TF 없는 11월. 후배들이 자기 3시 반을 자기가 받는 11월.

밤 9시 54분.

"오셨다."

봉투를 받고 나는 계산대 위를 봤다. 종이가 있었다. 계약서. 진짜 계약서였다. 도면이 아니라.

"오늘 했어요?"

"네. 3시 반 전에요."

하람 씨가 계약서를 봉투 옆에 놓았다. 자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항목을 확인하듯.

"은행은요."

"…반은 됐어요."

"반은요?"

하람 씨가 조용해졌다. 자기 얘기 앞의 3초. 그런데 오늘은 3초가 지나도 말이 안 나왔다. 5초. 7초.

"…모아 둔 게 생각보다 적었어요. 김치 냉장고를 하나 샀거든요. 지난달에."

"김치 냉장고요?"

"어머니 김치가 자꾸 상해서요. 유진 씨가 김치찌개 끓여 준 뒤로 그게 아까워서."

나는 웃었다. 웃으면 안 되는 데서 웃었다. 이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를 위해 산 것이 김치 냉장고였다. 어머니 김치를 안 상하게 하려고. 그것이 자기를 위한 것인지 어머니를 위한 것인지 이 사람은 구분을 못 할 것이다.

"저기요."

내가 말했다. 하람 씨가 나를 봤다. 이미 아는 얼굴이었다. 내가 뭘 말할지 아는 얼굴.

"안 돼요. 항목이 달라요."

"아직 말 안 했는데요."

"얼굴이 먼저 말했어요."

정확했다. 나는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선을 그은 것이 두 번째였다. 목록 때, 그리고 오늘.

"…그럼 항목을 바꿔요."

"네?"

"받는 연습이요. 캔커피, 우산, 계란. 그 항목에 이건 안 들어가죠. 근데 다른 항목이 있어요. 저 큰언니잖아요. 후배들 집 구할 때 보증금 빌려준 적 있어요. 두 번. 다 받았어요. 이자 없이. 그건 제 항목이에요. 빌려주는 거."

"…빌려주는 거요."

"받는 게 아니에요. 갚는 거예요. 하람 씨가 좋아하는 거요. 정확한 거."

하람 씨가 계약서를 봤다. 계산대 아래를 봤다. 컵라면이 있는 자리. 그리고 나를 봤다.

1초. 2초. 3초. 4초. 5초. 6초.

"…반만요."

"…반이요?"

"모자란 거의 반이요. 나머지는 제가 어떻게든 할게요. 근데 반은—" 하람 씨가 입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받는 연습 중이라서요. 전부 받으면 연습이 아니라 그냥 받는 거예요. 반이면 연습이에요."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받았다. 이 사람이 자기한테 정한 규칙이었다. 반만. 연습이 되는 만큼만.

"…6초였어요."

"네. 6초요. 근데 답은 했어요."

벤치. 반대편 끝.

"저 사실 은행에서 오래 앉아 있었어요."

하람 씨가 말했다. "3시 반 전에 간 게 아니라, 아침에 가서 3시 반 전까지 있었어요. 반이 안 나올까 봐."

"…사진은 3시 반에 왔는데요."

"오븐은 타이머예요. 은행 의자에서 사진 보냈어요. 꽃집 사장님한테 찍어 달라고 부탁해서."

"그거 저한테 처음 하는 거짓말인데요."

"…거짓말은 아니고요. 빵은 나왔으니까요. 근데 자리는 거짓말이었어요. 죄송해요."

나는 웃었다. 이 사람의 거짓말은 정확했다. 빵은 진짜였고 자리만 거짓이었다.

"다음부터는 자리도 말해요."

"네. 은행이면 은행이요."

집에 와서 통장을 봤다. 큰언니의 통장. 후배들 보증금 두 번이 들어갔다 나온 통장. 세 번째 칸이 비어 있었다. 반만.

휴대폰이 울렸다.

'오늘 몇 시였어요? 저는 6초요. 시간 아니고 초요.'

'저는 반이요. 시간 아니고 반.'

— 2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