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0분 전의 빵집
15화. 같은 답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금요일 밤 9시 50분. 10분 전이었다. 늦지 않으려고 두 칸씩 뛰었다.
"오셨다."
하람 씨가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건네지 않았다. 들고만 있었다.
"오늘은 봉투 먼저 안 드릴게요. 답 먼저요."
"…장사부터 하세요."
"장사는 9시 59분에 해도 돼요."
나는 계산대 앞에 섰다. 벤치가 아니었다. 벤치는 반대편 끝이 있는 자리였고, 오늘은 그 거리가 필요 없었다.
"하람 씨가 그 토요일에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네."
"저도 그거예요."
"…뭐가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하람 씨의 문장이었다. 카트를 멈추지 않고 했던 문장. 나는 그것을 그대로 돌려줬다. 내 문장은 아니었지만 내 답이었다. 큰언니의 문법에 없던 답을 나는 이 사람의 문법에서 빌렸다.
1초. 2초. 3초.
하람 씨가 봉투를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손이 봉투 모양으로 남았다. 죽 봉투 때처럼. 밥 준다고 했을 때처럼.
"…네. 방금 그 말 맞아요."
그 사람의 두 번째 문장도 그대로였다. 우리는 서로의 문장을 정확히 돌려주는 사람들이었다.
"못 들은 척하셔도 되는데."
내가 이어서 말했다. 하람 씨가 웃었다. 웃는데 눈이 빨갰다.
"…못 들은 척은 제가 더 못해요."
9시 59분에 봉투를 받았다. 장사였다. 이 사람이 장사와 그 밖의 것을 정확히 나누는 것이 좋았다.
마감 정리를 구경했다. 하람 씨가 빗자루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손이 갈 데를 모르는 것이었다. 손이 먼저인 사람이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밤이었다.
"TF요."
빗자루를 든 채 하람 씨가 말했다.
"네."
"11월부터라고 하셨죠."
"네. 근데 저 TF 하면 3시 반에 못 봐요. 사진은 받겠지만, 답은 못 해요. 회의실이라."
하람 씨가 빗자루를 문에 기대 놓았다. 그리고 나를 봤다. 관찰의 얼굴이 아니었다. 관찰을 넘어간 얼굴이었다.
"…그 얼굴로 가시면요."
"네."
"3시 반이 하루 종일일 텐데요."
한 뼘이 아니었다. 두 뼘이었다. 이 사람이 결정권 앞까지 온 것을 나는 봤다. 매일 한 뼘씩 오던 사람이 오늘은 그 선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멈췄다.
"…아니에요."
하람 씨가 고개를 저었다. 한 걸음 물러섰다. 정확히 한 걸음.
"유진 씨가 정하세요. 그건 유진 씨 일이에요. 저도 제 일은 제가 정했으니까."
나는 그 한 걸음을 봤다.
이 사람이 나한테 그 얼굴로 가면 3시 반이 하루 종일일 거라고 말한 것. 그리고 그 말을 하고 나서 물러선 것. 둘 다 진심이었다. 걱정도 진심이고 물러섬도 진심이었다. 그 두 개가 한 사람 안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서른둘에 처음 봤다.
큰언니는 그런 걸 못 한다. 걱정하면 손이 먼저 나가서 남의 결정을 대신 해 버린다. 후배 집을 대신 구하고, 후배 사고를 대신 수습하고. 그것이 다정인 줄 알았다.
이 사람의 다정은 달랐다. 한 뼘 다가오고, 선 앞에서 멈추고, 정하는 건 상대한테 두는 것.
"…하람 씨."
"네."
"저 그거 배우고 싶어요. 정하는 거요. 남 일 말고 제 일."
"…그건 제가 못 가르쳐요. 저도 배우는 중이라."
"그럼 같이요."
하람 씨가 빗자루를 다시 들었다. 이번엔 손이 갈 데를 알았다.
집에 오는 골목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아침녘'.
'오늘 몇 시였어요?'
나는 답을 썼다. 지우지 않았다.
'9시 52분. 제일 좋은 시간.'
'저도요. 근데 저는 9시 58분이요. 그 얼굴로 가시면, 이라고 말한 시간. 그거 제 일 아닌데 말해서요.'
'말해 줘서 고마워요.'
3초 안에 보냈다. 받는 연습은 내 쪽에도 필요한 것이었다.
— 1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