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마감 10분 전의 빵집

10화. 아무 일 없는 얼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다음 날 3시 반 사진은 평소와 같았다.

캄파뉴 세 개. '나왔어요. 오늘 몇 시였어요?' 아무 일 없는 문장이었다. 어제 4시 40분에 정장 입은 남자가 다녀간 흔적이 그 사진에는 없었다.

'2시. 회의.'

나는 그렇게 답하고, 한 줄을 더 쓰다가 지웠다. 하람 씨는요. 그 질문은 밤에 하기로 했다.

밤 9시 55분.

"오셨다."

봉투. 웃는 얼굴. 밀가루 묻은 소매. 전부 같았다. 다른 것은 하나였다. 계산대 아래 종이가 있는 자리를 그 사람이 한 번도 안 봤다는 것. 평소에는 컵라면을 꺼내느라 한 번은 보는 자리였다.

"오늘 몇 시였어요, 하람 씨는."

"저야 뭐—"

"그거 아니고요."

"…없음이요. 오늘은."

내 말을 배운 사람이었다. 없음. 그런데 그 없음은 내가 보낸 없음과 달랐다. 나는 진짜 없어서 없음이었고, 이 사람은 있는데 없음이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묻는 것이 직진이라면, 안 묻는 것은 결정권을 주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늘 하던 것.

꽃집 사장님이 다음 날 점심에 나를 붙잡았다. 회사에서 골목까지 20분, 점심시간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궁금했다.

"들었죠? 건물."

"…연말까지라고."

"그 총각, 세 군데 알아봤대요. 벌써. 아침에 부동산 갔다 와서 반죽했다더라고. 근데 나한테는 웃으면서 '저야 뭐, 괜찮아요' 이러고." 사장님이 혀를 찼다. "우리 골목 사람들이 걔한테 받은 게 얼만데. 걔가 힘든 건 아무도 몰라."

세 군데. 아침에 부동산. 그리고 나한테는 없음.

"사장님은 뭐 받으셨어요?"

"나? 작년 겨울에 우리 집 보일러 터졌을 때 걔가 가게 뒤에서 온수 받아다 줬어. 사흘을. 새벽에."

회사로 돌아가는 20분 동안 나는 휴대폰으로 부동산 앱을 켰다. 골목 근처 상가 임대. 큰언니 모드였다. 후배가 집 구할 때 내가 하던 것. 조건을 정리하고, 목록을 만들고, 동선을 짜는 것.

3시 반에 사진이 왔다. 캄파뉴 세 개. 나는 답했다.

'없음. 하람 씨는요.'

'저야 뭐요.'

'그거 답 아니에요.'

답이 한참 안 왔다. 4시 12분에 왔다.

'…오늘 아침 7시요. 부동산이 아직 안 열어서 문 앞에 서 있었어요.'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회의실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이 사람이 매일 보던 얼굴이 이런 얼굴이었을까. 남의 7시를 받고 앉아 있는 얼굴. 그 얼굴로 회의에 들어갔고, 회의가 끝나기 전에 부동산 앱을 한 번 더 열었다.

밤 9시 51분. 조금 일찍 갔다.

"오셨다."

"목록 만들었어요."

"…네?"

나는 휴대폰을 내밀었다. 골목 근처 상가 여섯 곳. 평수, 보증금, 월세, 오븐 들어갈 전기 용량까지. 전기 용량은 낮에 후배한테 물어봤다. 제빵 오븐이 몇 킬로와트냐고. 후배가 "선배 빵집 차려요?" 했다.

하람 씨가 휴대폰을 받았다. 받은 채로 굳었다.

"…이거 유진 씨가 하신 거예요?"

"큰언니라서요. 이런 거 잘해요."

1초. 2초. 3초. 4초. 5초.

5초였다. 죽 봉투 때보다 길었다.

"…유진 씨."

"네."

"저 이거, 받는 거예요?"

"받는 거예요."

"…근데 이건 제 일이에요."

나는 그 문장을 들었다. 부정어로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 근데로 시작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선을 긋는 것을 처음 봤다. 밝게. 밝게 긋는 것이었다.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