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0분 전의 빵집
1화. 마감 10분 전의 단골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밤 9시 50분, 나는 지하철 출구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하루 종일 회의 네 개를 하고, 후배 보고서 두 개를 봐주고, 부장님 심기 관리까지 마친 사람의 체력이 아니었다. 그런데 뛰고 있었다. 목표는 골목 초입의 작은 빵집. 마감은 10시.
'아침녘'이라는 이름의 그 가게는, 올여름 내 하루의 마지막 목적지가 되어 있었다.
문을 밀었을 때 시계는 9시 54분이었다.
"오셨다."
계산대 앞에 하람 씨가 서 있었다. 손에는 이미 봉투가 들려 있었다.
"어제 그 얼굴이면 오늘도 오실 것 같아서, 빼놨어요."
나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어제 제 얼굴이 어땠는데요?"
"내일 또 야근할 얼굴이요."
단골이 된 과정을 복기하면, 전부 손이 먼저였다.
유월에는 아이스커피가 다 녹도록 벤치에서 통화하는 나를 보더니, 말없이 새 잔을 들고나왔다. 칠월의 소나기에는 우산을 꺼내 줬다. "어차피 남는 우산이에요." 다음 날 보니 가게 우산꽂이는 비어 있었다.
나는 회사에서 '큰언니'다. 후배들 고민 들어주고, 회식 자리 챙기고, 남 생일은 다 기억하는. 챙기는 건 직업병처럼 몸에 뱄는데, 챙김을 받는 건 — 이상하게 어색했다. 받아 본 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았다.
"오늘 미팅 있으셨죠?"
빵을 고르는 내 뒤에서 하람 씨가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목소리가 젤 낮은 날이에요. 미팅 날은."
정확해서 웃겼다. 이 사람의 관찰은 항상 그랬다. 농담의 얼굴을 하고 오는데, 내용이 진담이었다.
그날은 마감 정리를 구경하게 됐다.
정확히는, 신제품 반죽 실험을 구경하게 됐다. 하람 씨가 밀가루 묻은 손으로 오븐 앞에서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맛 좀 봐주실래요? 이건 진짜 실험작."
갓 나온 빵 조각이 접시에 담겨 왔다. 나는 한 입에 무너졌다.
"이거 팔면 대박 나요. 진짜로."
"오, 그 정도예요?" 하람 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내일부터 팝니다. 이름은 뭐로 하지."
"시식 평가비 주세요."
"방금 드신 게 평가비인데요?"
계산을 마치고 봉투를 받았다.
집에 와서 열어 보니, 산 것보다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무화과 캄파뉴였다. 지난달에 내가 지나가듯 한 말이 있었다. 무화과 좋아하는데 요즘 빵집들엔 잘 없네요. 그 한 마디였다. 나도 잊고 있던.
봉투에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이거 실패작이라 파는 건 아니고요, 드시는 거예요.'
실패작이라기엔 모양이 너무 예뻤다. 단면의 무화과가 꽃처럼 벌어져 있었다.
나는 식탁에 앉아 그 빵을 오래 들여다봤다. 오늘 하루 중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1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