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은 닫고 주무세요
1화. 당신이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새벽 2시에 깨어 있는 사람은 두 종류다. 못 자는 사람과, 안 자는 사람. 나는 1년 전부터 후자가 됐다. '새벽 2시의 사연'이 시작하는 시간이라서.
사연을 보내기 시작한 건 별 이유가 없었다. 이직 실패한 밤, 창문을 열어 놓고 자다가 감기에 걸렸고, 열에 들떠서 사연 게시판에 뭔가를 썼다. 닉네임 칸에 빗소리, 라고 쓴 건 그날 비가 왔기 때문이다. 이틀 뒤 그 사연이 읽혔다.
"빗소리 님, 오늘 사연도 잘 읽었어요. 창문은 닫고 주무세요."
DJ 나윤슬의 목소리는 완결된 문장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또렷하고, 끝이 분명하고, 듣는 사람의 하루를 마침표로 닫아 주는 목소리. 나는 그 마침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1년을 썼다. 회사 얘기, 골목 얘기, 고장 난 우산 얘기. 일주일에 한 번쯤 읽혔고, 읽힐 때마다 그녀는 마지막에 꼭 한 문장을 붙였다. 창문은 닫고 주무세요. 우산은 고치세요. 그건 청취자 수십만 명에게 하는 말이었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매번 창문을 닫았다.
공개방송에 간 건 충동이었다.
1주년 기념 공개방송, 선착순 200명. 나는 신청했고, 됐고, 객석 맨 뒤에 앉았다. 앞자리로 가지 않은 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목소리만 아는 사람과 목소리만 아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게 안전했다.
무대 위의 그녀는 목소리보다 작았다. 검은 니트, 헤드폰, 대본 몇 장. 방송 톤 그대로 사연을 읽고, 청취자 이름을 부르고, 웃었다. 그 웃음도 완결돼 있었다.
마지막 곡이 나갔다. 4분짜리 발라드. 조명이 낮아졌고, 사람들은 곡에 잠겼고, 나는 이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가방을 들었다.
그녀가 무대 끝으로 걸어왔다.
곡이 나가는 동안 DJ는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무대 끝까지 걸어올 수도 있다. 객석 맨 뒤까지는 못 오지만, 무대 끝에서 객석 맨 뒤는 스무 걸음쯤이다. 그녀는 거기서 헤드폰 마이크를 손으로 눌러 껐다. 빨간 불이 꺼졌다.
그리고 나를 봤다. 정확히 나를.
"…당신이죠?"
속삭임이었다. 곡 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그런데 내 귀에는 들렸다. 1년간 새벽 2시마다 듣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완결되지 않은 형태로 왔다.
"빗소리."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도 그다음을 말하지 못했다.
"— 아니, 대답은 안 해도…"
문장이 거기서 끊겼다. 끝이 없었다. 마이크가 꺼진 그녀는 문장의 끝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같았다. 곡의 간주가 흘렀고, 그녀는 입을 반쯤 열었다가 닫고, 헤드폰 마이크를 다시 켜고, 무대 가운데로 돌아갔다.
곡이 끝났다. 조명이 올라왔다. "여러분,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된 문장. 마침표. 방송 톤.
나는 객석 맨 뒤에서, 어떻게 알았을까, 를 백 번쯤 생각했다.
방송국 밖으로 나오는데 스태프 한 명이 서 있었다. "빗소리 님이시죠?" 나는 굳었다. "윤슬 씨가 이것만 전해 달라고." 메모지 한 장.
「문체예요. 1년 읽으면 압니다. —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저는 그냥, 목소리 뒤에 있는 사람이라서.」
목소리 뒤에 있는 사람. 그녀가 자기를 그렇게 불렀다. 스타도, DJ도 아니고. 나를 팬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목소리 뒤의 사람과 문체 뒤의 사람. 그 대등한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날 밤 새벽 2시, 나는 원룸에서 라디오를 켰다. 공개방송 녹화분이 아니라 정규 생방송이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다. 습관처럼.
방송은 평소와 같았다. 사연, 곡, 사연, 곡. 내 사연은 없었다. 오늘은 보내지 않았으니까.
클로징 시그널이 깔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마지막 문장을 시작했다.
"오늘 공개방송에 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 박자의 쉼.
"오늘 객석 맨 뒤에 앉아 계셨던 분. 창문은 닫고 주무세요."
수십만 명이 듣는 방송에서, 한 사람에게만 보내는 문장이 시작됐다. 완결된 존댓말로, 방송 톤으로, 그러나 수신자가 하나뿐인 문장으로.
나는 일어나서 창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