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요, 후 불고
1화. 뜨거워요, 후 불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첫눈은 야근 끝에 왔다.
밤 11시, 회사 골목을 나오는데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고, 그게 비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이미 포장마차 천막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눈을 피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어묵 냄새가 났고, 혼자 사는 사람의 겨울은 어묵 냄새에 약하다.
포장마차에는 손님이 하나 있었다. 주황색 목도리에 흰 귀마개를 한 여자. 종이컵을 앞에 두고, 어묵 꼬치를 하나 들고, 눈이 오는 천막 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두 자리 건너에 앉았다. 사장이 어묵 두 꼬치와 빈 종이컵을 내 앞에 놓았다.
국물을 뜨려고 국자에 손을 뻗었는데, 국자가 없었다.
그 여자가 들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내 앞까지 와서, 내 컵에 국물을 부었다. 가득. 김이 확 올라왔다. 그리고 국자를 솥에 돌려놓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뜨거워요. 후 불고."
그게 첫마디였다. 인사도, 이름도 없이. 나는 컵을 들고 후, 하고 불었다. 시키는 대로. 그러고 나서야 그녀의 컵을 봤다. 비어 있었다. 자기 것은 붓지 않고 남의 것부터 채운 것이다.
"…그쪽 건요?"
"이따가요." 짧고 끝이 올라가는 존댓말. 그녀는 어묵을 한 입 먹고, 다시 천막 틈으로 눈을 봤다. "많이 오네."
대화는 길지 않았다. 그녀는 말 수가 적었다. 대신 손이 많았다. 내 컵의 국물이 반으로 줄면 어느새 국자가 와 있었고, 어묵 접시에 간장이 없으면 간장 종지가 밀려왔다. 나는 그때마다 "감사합니다"를 했고, 그녀는 그때마다 "네" 대신 다음 행동을 했다.
"이 동네 사세요?" 사장이 물었고, 나는 큰길에서 두 번 꺾어 들어가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눈 오면 거기가 제일 늦게 치워진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어묵을 씹으며 그 말을 들은 것도 안 들은 것도 아닌 얼굴이었다.
"술은 안 하세요?" 사장이 소주를 권하자 그녀가 손을 저었다.
"저 대기조라서요. 오늘 눈이잖아요."
무슨 대기조인지 물으려는데, 그녀의 주머니에서 무전기 소리가 났다. 지직, 하고 갈라진 목소리. "제설 대기조 전원 출동, 반복—"
"아, 눈이다."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아, 눈이다 — 눈은 30분 전부터 오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눈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출근하는 것'이었다. 목도리를 고쳐 매고,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사장 손에 쥐여 주고, 그리고 —
자기 어묵 접시를 내 쪽으로 밀었다.
"제 거 드세요, 식기 전에."
뛰어나갔다. 천막이 펄럭이고 눈이 훅 들어왔다. 그녀의 발자국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걸 나는 어묵 접시 두 개를 앞에 두고 봤다. 그리고 그녀의 종이컵. 결국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채로 비어 있는 컵.
"저 아가씨, 구청 도로관리과예요." 사장이 소주 뚜껑을 도로 닫으며 말했다. "제설 대기조. 눈 오면 밤이든 새벽이든 나가. 3년째 저래. 남의 컵부터 채우는 것도 3년째고."
다음 날 아침, 눈은 그쳐 있었다.
출근길 골목은 반쯤 제설돼 있었다. 큰길은 깨끗했고, 골목은 밟혀서 회색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데가 있었다. 우리 집 앞 골목 — 회사가 아니라 집 앞, 큰길에서 두 번 꺾어 들어오는 막다른 골목 — 이 유독 깨끗했다. 눈이 전부 벽 쪽으로 밀려 있었다. 삽자국이 정확했다.
그날 밤 포장마차에 갔다. 그녀는 없었다. 대기조는 눈 온 다음 날도 바쁘다고 사장이 말했다.
"근데 이상한 게요." 나는 어묵을 씹으며 말했다. "저희 집 앞 골목이 제일 깨끗하던데요. 거긴 구청 담당도 아닐 텐데."
사장이 국자를 젓다가 나를 봤다.
"거기 담당 아니지. 세리 씨가 자원했대. 새벽에."
"…네?"
"어제 그쪽이 막다른 골목 얘기 했잖아. 눈 오면 제일 늦게 치워진다고. 그거 듣고 새벽에 자원했다더라고." 사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남의 컵부터 채운다니까."
나는 어묵 국물을 봤다. 뜨거웠다. 후, 하고 불었다.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