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칫솔
3화. 문이 열리는 쪽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소문을 묻지 않았다. 대신 그 애가 자는 소파 맞은편에서, 목록을 다시 셌다.
칫솔. 충전기. 후드. 머그. 그리고 신발을 신은 채 자는 현관과, "금방 나갈게요"라는 잠꼬대와, 배정받은 방을 일주일 만에 나온 3월.
목록이 문장이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애는 자리가 무서운 게 아니라, 배정된 자리가 무서운 거다.
먼저 입을 연 건 유지호였다. 화요일 밤, 라면을 끓이다가, 등을 보인 채로.
"총무 선배가 말했죠. 기숙사."
"…어."
"보육원에서 컸어요, 나." 냄비 젓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거기선 자리가 다 배정이에요. 침대도, 사물함도, 옷도. 배정된 건 언젠가 회수돼요. 동생이 들어오면 침대가 바뀌고, 열여덟이 되면 방을 비워요. 규칙이 그래요. 나쁜 데 아니었어요. 규칙이 그랬을 뿐이지."
면이 익는 소리만 잠깐 이어졌다.
"기숙사 방 받았을 때, 좋았어요. 사흘은. 근데 자꾸 문에서 자게 되더라고요. 배정된 자리는 언젠가 나가야 되니까, 몸이 먼저 준비를 해요. 그게 지겨워서 나왔어요." 그 애가 냄비를 들고 돌아섰다. 씩 웃었는데, 평소의 능청이 아니라 그냥 웃는 얼굴이었다. "남의 집에 칫솔 꽂는 건요, 선배. 배정이 아니라 내가 심은 거라서 그래요. 내가 심은 건 내가 치울 때까지 내 거잖아요. …이상하죠. 알아요."
"라면 불겠다." 내가 말했다. 그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고, 그 애는 그 대답의 뜻을 정확히 알아들은 얼굴로 냄비를 내려놨다.
목요일에 나는 방 정리를 했다.
유지호는 처음에 그걸 축출 작전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칫솔이 뽑히나, 후드가 개켜지나, 소파 뒤에서 목을 빼고 감시했다.
나는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대신 책상 서랍장의 둘째 칸을 비웠다. 내 잡동사니를 전부 다른 칸으로 옮기고, 빈 칸을 열어 둔 채로 말했다.
"칫솔이며 충전기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거 보기 싫으니까." 나는 최대한 사무적으로 말했다. "여기 넣어. 네 칸이야."
유지호는 서랍을 오래 봤다. 빈 서랍이 뭐라고, 그렇게 오래.
"…배정이에요?" 그 애가 물었다. 목소리가 얇았다.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심을 자리야. 심는 건 네가 해."
그 주 일요일, 정기전 출품을 마치고 돌아온 밤에, 유지호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낡은 철제 보관함이었다. 모서리가 우그러진, 자물쇠 없는. 그 애는 그걸 무릎에 올려놓고 잠깐 망설이다가, 뚜껑을 열어서 나에게 보였다.
필름 카메라 하나. 그게 다였다.
"원장님이 폐품에서 고쳐 준 거예요. 보육원에서 유일하게, 배정이 아니라 내 거였던 물건." 그 애가 말했다. 존댓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 시작한 이유고, 이 보관함이 내 영역 전부예요. 이게 다예요. 내 거는."
호박색 눈이 나를 올려다봤다.
"…선배도, 여기 넣어도 돼요?"
나는 그 문장의 문법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사람을 보관함에 넣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이상한 문법이, 이 애가 가진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장이라는 것도 알았다. 심은 물건들의 목록 맨 위에, 나를 적어도 되느냐는 뜻이라는 것도.
"넣어." 내가 말했다. "대신 나는 안 치워져. 각오해."
유지호가 웃었다. 송곳니가 보이는 웃음이었는데, 눈가가 붉었다.
월요일 아침, 서랍 둘째 칸에 처음으로 물건이 들어와 있었다.
물건이 아니라, 쪽지였다.
「선배. 나 기숙사 재배정 신청했어. — 떨어지려고.」
쪽지 밑에 신청서 사본이 접혀 있었다. 신청 항목에 체크가 되어 있었고, 마지막 줄, 신청 사유란은 —
백지였다.
안다. 요즘 기숙사 경쟁률에 사유란이 백지인 신청서는 반드시 떨어진다. 떨어지면 그 애는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안 간 것'이 된다 — 배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여기를 고른 사람이. 사유를 쓸 수 없었던 게 아니라, 쓰면 붙어 버릴까 봐 못 쓴 거다. 백지 사유란을 들고 나는 현관을 봤다. 오늘도 복도 끝에서 "선배 늦었다"로 시작될 하루가, 처음으로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