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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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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30화. 통계적으로 정상인 날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오늘의 재앙을 셌다. 오래된 습관이다.

하나. 오후 3시에 미팅이 두 개다. 같은 시간. 몸이 하나라는 물리적 한계는 어젯밤 10시에 발견됐다.

둘. 그중 하나는 대한물산 강 부장이다. 8페이지로 가기로 했는데, 어제 메일이 왔다. "9페이지를 처음부터 다시 봅시다."

셋. 발표용 이어폰이 어제부터 안 보인다. 어디 뒀는지 모른다.

하나만 터져도 긴 하루가 되는 목록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하철에서 웃었다. 이 목록을 옆자리에 들리게 흘릴 것이다. 그러면 이서는 그것을 안 치울 것이다. 예외 1. 우연은 서로한테만 — 아니, 치울 수도 있다. 그러면 그날 안에 말할 것이다. 또 했어요, 로. 예외 2.

어느 쪽이든 좋았다. 통계적으로 정상인 날이었다.

9시 10분, 메일이 왔다. 대한물산 측 사정으로 오후 미팅 연기 요청.

9시 40분, 강 부장 메일이 또 왔다. "9페이지 다시 보니 괜찮네요. 8페이지로 갑시다. 그리고 옆자리 분께 안부 전해 주세요."

10시 5분, 볼펜을 찾으려고 연 서랍 안에, 이어폰이 있었다.

내 서랍 두 번째 칸. 7년 된 원고 옆에.

나는 서랍을 연 채로 한참 서 있었다. 세 개의 재앙이, 반나절 만에, 전부 풀렸다.

나는 옆자리를 봤다. 이서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0도로. 그리고 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돌린다.

"이서 씨죠."

"…네?"

"전부. 미팅이랑 강 부장이랑 이어폰이랑."

이서가 나를 봤다. 그리고 손을 비웠다. 키보드에서. 중요한 말을 할 때.

"아니요."

"…"

"이번엔 저 아니에요."

나는 그 대답을 봤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한다. 4년 치 표본이 그렇게 말했고, 그 뒤 여덟 달도 그렇게 말했다. 우연이에요, 라고 할 때도 이 사람은 '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를 붙여서 거짓말을 안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라고 하면'이 없었다. 그냥 아니에요, 였다.

"…진짜로요?"

"진짜로요. 미팅 연기는 몰라요. 강 부장님 메일도 몰라요. 이어폰은 —"

이서가 내 서랍을 봤다. 두 번째 칸. 7년 된 원고 옆의 이어폰.

"— 저 그 칸 안 열어요. 민규 씨 서랍이에요. 안 열어요."

나는 서랍을 봤다. 이어폰. 케이스의 흠집까지 그대로였다.

4년 전에 이 이어폰이 서랍에 돌아왔을 때 나는 표본을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본은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지금 옆자리에서 0도로 나를 보면서 아니라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을 믿었다.

그러면 이것은 누구인가.

우연은 이쪽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강 부장이 진짜 우연으로 돌아왔듯이, 이번 미팅 연기도 진짜 우연일 수 있다. 강 부장의 메일도 그 사람 변덕일 수 있다. 그런데 이어폰은 — 이어폰은 누가 놓지 않으면 서랍에 안 들어간다.

나는 사무실을 봤다. 성우 선배. 팀장. 그리고 —

"이서 씨."

"네."

"제 서랍 두 번째 칸에 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이서 씨 말고 또 있어요?"

이서가 생각했다. 3초. 그리고 얼굴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놀람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안 놀란다. 그런데 —

"…있어요. 한 명."

이서가 7층 쪽을 봤다. 천장을. 네 층 위를.

"유진 씨가 물었어요. 지난주에. '민규 님 서랍 두 번째 칸에 그 원고 있죠? 이서 님이 주신 거.' 저는 대답 안 했어요. 그런데 안 한 게 대답이었을 거예요. 그 사람은 그런 걸 읽으니까요."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유진. 하루 만에 서랍을 알아내고, 3초 만에 각도를 읽고, 두 달 만에 4년의 방향을 읽은 사람. 이서를 이서가 나를 보던 눈으로 보던 사람. 그 사람이 이제 정직원이 됐고, 7층에 자기 자리가 생겼고, 그리고 —

"…이서 씨. 유진 씨가 왜 제 곤란을 치워요."

"몰라요."

이서가 말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얼굴을 했다. 서늘한 얼굴이었다. 4년 동안 내가 이 사람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한 번도 못 본 얼굴. 설계하는 사람이 자기 밖의 설계를 발견한 얼굴.

"몰라요. 그런데 — 제 곤란을 치우는 게 아니고 민규 씨 곤란을 치우는 거면, 그건 저한테 하는 거예요. 제가 4년 동안 민규 씨한테 한 걸 누가 다시 하면, 그건 저한테 보여 주는 거예요."

"…뭘요."

"자기도 할 수 있다는 거요. 아니면 —"

이서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손을 비웠다. 빈손을 또 비웠다.

"—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다는 거요."

나는 서랍 두 번째 칸을 봤다. 이어폰. 원고. 그리고 이서를 봤다. 이서가 나를 보고 있었다. 0도로.

우연은 거절이 안 된다고 이 사람이 말했다. 받는 사람이 받았다는 것도 모르게 받으니까. 나는 4년 동안 그것을 몰랐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알았다. 받았다는 것을. 그런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몰랐다.

통계적으로 이상한 날이었다. 다시.

이서가 의자를 돌렸다. 내 쪽으로. 그리고 4년 동안 내가 이 사람한테 배운 것을 이 사람이 나한테 말했다.

"…표본, 세 볼까요. 같이."

— 시즌 1 끝. (시즌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