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람은 안 죽는다
3화. 수첩과 전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D+41 저녁부터 비가 왔다. 밤새 옥탑의 함석지붕이 드럼처럼 울렸다.
"D+42 아침 브리핑! 오늘의 원정은 우천으로 취소. 대신 좋은 소식 — 빗물 탱크가 새벽에 만수위 찍고 넘쳤습니다. 물 걱정은 열흘 치 없음!"
해솔은 명랑했다.
나는 이제 그 명랑을 다르게 듣는 사람이 됐다. 어제부터 브리핑이 길다. 좋은 소식의 개수를 세고, 농담의 밀도를 잰다. 편집된 것의 부피를 브리핑의 길이로 역산하는 것 — 그것이 어제 이후 내 몫의 산수였다.
거점 축소를 그녀가 읽고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서로 하나씩을 숨기고 있는 셈이었다.
갇힌 하루는 생각보다 바빴다.
물자 재정리. 상자를 전부 내려 유통기한순으로 다시 쌓았고, 해솔은 그 와중에 생존 퀴즈를 냈다.
"정수 알약 없이 물 소독하는 법 세 가지."
"끓이기, 햇빛, …표백제?"
"오, 두 개 반. 표백제는 농도가 관건이라 반만 인정. 저녁 믹스커피에서 반 모금 차감."
명랑함은 잘 작동했다. 문제는 내 눈에 이제 그것이 '작동'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기계처럼 정확한 아침 7시의 브리핑. 정확해서, 어떤 날은 그게 태엽 감는 소리처럼 들렸다.
밤에 담요를 가지러 올라갔다.
창가 상자 위에 수첩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에 문이 덜컹였고, 페이지가 넘어가 있었다. 볼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글씨가 눈에 들어왔고, 들어온 다음에는 멈출 수가 없었다.
D+35. 오늘도 아무도 안 옴.
D+39. 100일이라는 말, 누가 한 말이더라.
그리고 어제 날짜.
D+41. 이준한테는 말하지 말 것.
지붕을 때리는 비 소리 사이로, 매일 밤 옥상 난간의 그 뒷모습이 지나갔다. 낮과 다른 어깨. 한 줄을 적고 오래 서 있던 시간.
이거였구나.
"…담요, 왼쪽 상자예요."
돌아선 곳에 해솔이 서 있었다.
정적이 길었다. 변명을 준비하는 침묵도, 화를 고르는 침묵도 아니었다. 그냥, 들킨 사람의 침묵이었다.
"브리핑엔 그런 거 못 넣잖아요."
처음 듣는 톤이었다. 브리핑의 목소리도, 위기의 반말도 아닌.
"둘 중에 하나는 좋은 소식을 세야 돼요. 안 그러면 둘 다 가라앉아요. 저는 그거 6년 연습했어요. 종말 나기 전에도 다들 그랬거든요. 쟤는 뭐가 저렇게 신나냐고. …신나는 게 아니라, 그게 제 버티는 법이에요."
"편집은."
"편집은 조작이 아니에요." 그녀가 나를 봤다. "물어보면 다 대답해요. 한 번도 거짓말한 적 없어요. 그냥, 묻기 전에 먼저 말하지 않을 뿐이에요."
"알아요."
나는 정말로 알고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그 차이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제안인데." 나는 담요를 안은 채로 말했다. "나쁜 소식은 내가 셀게. 기록장 당번이잖아, 원래. 해솔 씨는 좋은 소식을 세고, 나는 나쁜 소식을 세고. 브리핑에서 편집하지 말고, 나한테 넘겨. 그건 내 코너로 하자."
그녀가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이 사람의 반 박자가 무슨 뜻인지, 나는 이제 안다.
"…나쁜 소식 코너는 인기 없을 텐데요."
"시청자가 둘뿐이라 괜찮아."
그녀는 웃었다. 브리핑의 웃음이 아니었다.
"100일 다음 날 아침 메뉴까지는, 준비 안 했거든요. 그건." 그녀가 수첩을 만지작거렸다. "같이 정할래요?"
"정하자. 메뉴판 길게 뽑아. 101일 치부터."
새벽에 비가 그쳤다.
우리는 옥상에 나란히 서서 어두운 도시를 봤다. 멀리, 몇 개의 창문에 불빛이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 세어 보니 여섯이었다.
해솔이 수첩을 폈다. 이번에는 등을 돌리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새 줄이 적히는 것이 보였다.
D+42. 나쁜 소식 담당 생김.
"그거 좋은 소식 아니에요?"
"수첩엔 그런 거 안 따져요."
그때였다.
방 안에서, 밤새 켜 둔 라디오가 크게 지직거렸다.
우리는 동시에 돌아봤다. 정부 방송 시간이 아니었다. 주파수는 정부 채널에 고정해 둔 그대로였다 — 그런데 다른 신호가 끼어들고 있었다. 더 가깝고, 더 센 신호가. 지직거림 사이로 낯선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들리십니까. 이 방송을 듣는 생존자 여러분. 여기는—"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