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끝, 사견 하나
3화. 프로토콜 마지막 장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MT 버스에서도, 도착해서 짐을 풀 때도, 임건후는 1조에 있었고 나는 3조에 있었다.
그는 과대표답게 전 조를 돌며 공지를 했고, 3조에 와서도 정확히 공지만 했다. 저녁 배식 순서, 취사장 사용 시간, 소등 11시. 사견은 없었다. 나흘째였다.
이상한 건 3조의 구성이었다. 밥을 제일 잘하는 선배가 우리 조에 있었고, 내가 낯을 못 가리는 유일한 새내기가 우리 조에 있었고, 국물 없는 식단을 짜는 총무가 우리 조에 있었다. 멀리서 짠 배려의 지문이 조 편성표 곳곳에 찍혀 있었다. 자리만 멀어졌지, 챙김은 시스템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게 더 이상했다.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왜 사람만 멀어졌는가.
답은 노트에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 노트를 갖고 있었다.
과방에서 주운 날 돌려줬어야 했는데, "3월 14일" 때문에 못 돌려줬고, 못 돌려준 채로 MT 가방까지 들고 와 버렸다. 명백한 잘못이라는 걸 알아서, 목차 이후로는 한 장도 넘기지 않았다. 그것만이 나의 알리바이였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조별 자유 시간의 소란을 빠져나와 그를 찾았다. 임건후는 공터 평상에 혼자 앉아 내일 일정표를 검토하고 있었다.
"과대표. 반납할 게 있어."
노트를 내밀자 그의 손이 일정표 위에서 멈췄다. 정지가 길었다.
"…언제부터."
"과방에서 파일 더미 무너진 날. 목차만 봤어. 그 밑에 줄도."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3월 14일. 개인 항목."
그는 노트를 받아 들고, 표지를 오래 내려다봤다. 그리고 뜻밖의 것부터 해명했다.
"7번." 그가 말했다. "원칙 7번. '과대표는 사적 감정으로 공적 결정을 하지 않는다.' — 조 편성, 그래서 바꿨어. 두 학기 동안 같은 조로 짠 건 공적 결정이 아니었으니까. 늦었지만 원칙 위반을 정정한 거야."
"그게 나흘째 사견이 없는 이유야?"
"사견은," 그가 일정표를 접으며 말했다. "…총량 규제 중이야. 한도 초과라서."
공터의 가로등이 벌레 소리에 맞춰 깜빡였다. 나는 노트의 마지막 장이 찢겨 있던 걸 떠올렸다. 목차만 봤지만, 그건 목차에서도 보였다. 8번 항목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마지막 장은 왜 찢었어?"
임건후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찢은 장이었다. 버린 게 아니라, 접어서, 갖고 다니고 있었다. 그는 그걸 펴서 평상 위에 놓았다. 반듯한 글씨 한 줄.
「8. 졸업 전에 말할 것.」
"원칙에 넣으면 지켜야 되니까 넣었는데," 그가 말했다. "넣고 보니까 무서워서 찢었어. 찢고 보니까 버리는 건 더 안 돼서 갖고 다녔어. — 논리적이지 않은 건 알아."
"뭘 말하는 건데, 8번은."
그가 나를 봤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봤다. 임건후의 평서문이 무너지는 순간을.
"…지금 말해도 돼?" 목소리 끝이 떨렸다. 공지 2년 차의 톤이, 처음으로 박자를 놓쳤다. "공지 톤이 안 되는데, 지금."
"임건후."
"원래는 졸업 전에, 제일 평서문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고 했어. 근데 조 편성을 바꾸고 나흘 해 보니까 알겠더라. 원칙 7번을 지키는 방법이 두 개야. 사적 감정을 버리거나, 공적 지위를 버리거나." 그가 숨을 골랐다. "다음 학기 과대표 선거, 안 나가. 임기는 이번 학기까지고. 그러니까 —"
그 순간 세상이 꺼졌다.
공터의 가로등, 숙소의 창문, 전부. 일순 완전한 어둠이 됐고, 숙소 쪽에서 와아 하는 함성과 사감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11시. 소등.
어둠 속에서, 익숙한 평서문이 돌아왔다. 낮고, 이번엔 아주 안정적으로.
"정전 아니고 소등이야. 놀라지 마."
"…어."
"대답은 불 켜지면 들을게." 평상에서 일어나는 기척이 났고, 그의 목소리가 어둠 저쪽에서 마지막 공지처럼 왔다. "새벽 점호 때 불 들어와. 6시간 남았다. — 도망가지 마."
6시간. 나는 어둠 속 평상에 앉아, 찢긴 원칙 8번이 내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가 두고 간 건지, 준 건지.
불이 켜지면, 나는 뭐라고 대답하게 될까.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