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조별과제에서 만난다
3화. 본문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백기환 교수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철은 2년 전 것치고 깨끗했다.
"규정이 바뀌어서 말이지." 교수가 말했다. "수상 실적에 이의가 걸린 학생은 교내 발표 대회 참가 자격을 재심사받게 됐어. 둘 다 그 공모전 조였지. 기록상 — 표절 의혹, 미해소."
"의혹의 당사자는 저희가 아니라," 송하경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당시 조장입니다."
"기록은 조 전체로 남아. 해소하려면 새 증거가 필요하고." 교수는 안경 너머로 우리를 봤다. "없으면 내일 발표는 참관만 하게 되네."
침묵. 재심사 규정이 공지된 게 지난달이라는 걸, 나는 나중에 알았다. 그러니까 이 호출은 그녀에게는 기습이 아니었다.
옆에서, 지퍼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송하경이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냈다. 교수 것보다 두껍고,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2년 동안 가지고 다닌 물건의 모서리였다.
"…새 증거가 아니라," 그녀가 말했다. "기각된 증거입니다. 다시 봐 주시면 됩니다."
그 서류철 안에는 내가 모르는 2년이 들어 있었다.
원본 파일의 수정 이력. 조장의 제출본과 우리 파트의 대조표. 발표 3일 전, 파트가 뒤바뀐 시각의 로그. 그리고 — 이의신청서. 신청인 란이 비어 있는.
"1학년 때 한 번 냈습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고요." 그녀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때는 로그 열람 권한이 없어서. 작년에 규정이 바뀌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번엔 됩니다."
나는 대조표를 봤다. 조장이 가로챈 건 내 파트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파트도 통째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같은 사건의 피해자였고, 2년 동안 서로를 범인으로 알고 있었다.
"뒤에서 내 얘기 했다며." 내 입에서 나온 건 겨우 그거였다. "쟤 실력이 아니라고."
그녀가 처음으로 나를 봤다. "…'쟤 파트는 원래 쟤 실력이 아니야, 이것보다 훨씬 잘해'였어. 뒷문장까지 옮기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지."
과방에서 밤을 새우던 6일이, 발신자 없는 정리본이, 1학년 서식의 각주가, 순서를 바꿔 다시 꽂혔다. 원수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신청인 이름을 쓰세요." 교수가 서류를 밀었다. "익명 이의신청은 규정상 접수가 안 되네."
펜을 쥔 송하경의 손이, 처음으로 멈췄다.
나는 알았다. 이 서류철의 계획은 처음부터 익명이었다. 발신자 없는 메일과 같은 방식. 준 사람을 지우고 주는 것만 남기는, 이 사람의 유일한 호의 문법.
"이름 옆에 사유를 적게 돼 있어. 신청인과 피해 학생의 관계." 교수가 덧붙였다. "관계가 뭔가?"
송하경은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송, 하, 경. 또박또박. 그리고 사유란 앞에서 한 번 숨을 쉬고,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 잘해요."
본문이었다. 꼬리가 아니라. 2년 만에 처음으로, 진심이 문장의 맨 앞에 나와 있었다.
"…내 기준으로도."
귀가 빨갛게 물드는 걸 그녀는 숨기지 않았다. 숨기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발표는 다음 날 오후 2시였고, 우리는 붙었다.
기록은 해소됐고, 조장이었던 사람에게는 학교가 따로 연락을 취한다고 했다. 발표장에서 송하경은 정확히 12분을 썼고, 나는 질의응답에서 그녀가 짚어준 세 개의 구멍을 전부 막았다. 끝나고 그녀가 말했다. "80점. …나머지 20점은 내 몫이었으니까 됐어."
그게 그녀식 만점이라는 걸, 이제 나는 번역할 수 있다.
발표 다음 주, 과 게시판에 다음 학기 공지가 붙었다.
「경영전략론 II 조 편성: 자율.」
자율. 강제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같은 조에 묶지 않는다.
게시판 앞에서 우리는 나란히 그 공지를 읽었다. 침묵이 길었다. 서로를 고르지 않아도 되는 첫 학기를 앞에 두고, 서로를 고르지 않을 이유를, 나는 —
찾지 못했다. 옆을 봤다. 송하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최악이야, 너랑 하는 조별과제는."
그리고, 꼬리.
"…아직까지는, 최악이 제일 나았어."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