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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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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야, 착각하지 마

3화. 습관이 아니라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그의 집 앞에 트럭 견적서가 붙어 있었다. 이삿날이 적혀 있었다.

다음 달이 아니었다. 다음 주였다.

나는 그 종이를 오래 봤다. 바뀐 비밀번호, 당겨진 이삿날, 늘어난 야식, 접힌 우산. 장부의 항목들이 한꺼번에 계산됐고, 계산이 끝나자 화가 났다. 이 사람은 지금, 끊는 연습을 하고 있다. 18년을 한 번에. 나한테 말도 없이.

그날 밤 막차에서 내렸을 때, 골목 끝에 그가 있었다.

편의점 앞이 아니라 골목 끝. 원래의 자리. 봉지도 없이, 폰도 없이, 그냥 서 있었다. 끊는 연습을 하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못 끊은 항목이 무엇인지, 나는 그 실루엣으로 알았다.

"다음 주라며." 내가 말했다. "트럭 견적서 봤어."

"…어."

"비밀번호도 바꿨고."

"어."

"습관 끊는 연습 중이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폰도 보지 않았다. 볼 폰이 없으니까. 도망갈 화면이 없는 김은찬은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

"은찬아.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그가 고개를 들었다.

"네 말버릇이야. 그런 사이 아니라며. 아니면 — 비밀번호를 바꾸든 말든, 이사를 가든 말든, 나한테 말할 이유도 없겠네.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목소리가 떨리는 게 나도 들렸다. "그러니까 말해. 우리 무슨 사이인데. 무슨 사이가 아니길래 18년을 이렇게 살았는데."

골목 끝 가로등이 깜빡였다. 그가 숨을 들이쉬는 게 보였다. 저전력의 사람이 큰 출력을 내기 직전의 정적.

"…이름 붙이면," 그가 말했다. "잃을 수도 있게 되잖아."

"뭐?"

"이름 없는 건 안 깨져. 친구는 절교가 있고, 연인은 이별이 있는데, 우리는… 우리한테는 그런 단어가 없잖아. 없어서 18년 온 거야." 그가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나를 봤다. "가기 전에 끊는 연습했어. 이름 없이 끝내면, 잃은 것도 아니게 되니까."

"그래서 다 끊었어?"

"…마중은," 그가 말했다. "안 되더라." 잠깐의 정적 뒤에, 덧붙였다. "금요일에 너 왔을 때. 문 앞까지 갔었어. 여는 순간 다 말할 것 같아서, 못 열었어."

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그가 물러서지 않았다.

"그거 아직도 습관이라고 할 거야?"

김은찬은 오래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의 끝에서, 내가 18년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문장이 나왔다.

"습관 아니야." 그가 말했다. "한 번도, 습관인 적 없었어."

가로등 아래에서 그의 귀가 빨갰다. 새벽 공기 탓이라고 우기기에는, 너무 빨갰다.

그가 폰을 꺼내 내밀었다. 화면에는 도어록 앱이 열려 있었다.

"새 번호." 그가 말했다. "…네가 눌러."

숫자판 위에 손을 올리고 나는 잠깐 웃었다. 눌러 보기 전에 알았기 때문이다. 여섯 자리. 내 생일이었다.

"바꾼 게 아니라," 내가 말했다.

"…어. 바꿨어. 너로."

이삿날 아침은 맑았다.

트럭에 마지막 박스가 실렸고, 그는 조수석 문을 열다 말고 돌아왔다. 손에 뭔가 쥐고 있었다.

열쇠였다. 구식 금속 열쇠. 도어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새 집 거야. 현관 말고, 방문 열쇠." 그가 내 손바닥에 그걸 올려놨다. "도어록은 이미 네 생일이고. …이건 그냥, 진짜 열쇠도 하나 있으라고."

"이게 무슨 사이야, 그럼?"

"몰라." 그가 트럭에 올라타며 말했다. "…습관 만들러 와. 이름은, 오면서 생각해."

대답할 틈도 없이 트럭 문이 닫혔다. 시동이 걸렸고, 골목이 흔들렸고, 18년의 옆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바닥의 열쇠는 오래 쥐고 있던 것처럼 따뜻했다. 지하철로 마흔일곱 분. 이 골목에서 다닐 수 없는 거리는 아니다.

다닐 이유는, 방금 생겼다.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