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가
3화. 같이 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마지막 영업일까지, 그는 폐업 이야기를 한 번도 자기 입으로 하지 않았다.
공지는 가게 문 앞에 A4 한 장으로 붙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화로」. 두 문장도 안 되는 폐업 인사. 대신 마지막 한 달 동안 접시가 이상해졌다 — 단골들이 언제 처음 왔는지, 그날 뭘 먹었는지가 코스에 하나씩 돌아왔다. 5년 단골 부부에겐 5년 전 오픈 메뉴가, 프러포즈를 여기서 한 손님에겐 그날의 디저트가. 접시로 쓰는 작별 인사를, 손님들은 받고 나서야 알아챘다. 우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홀에서 그 접시들을 날랐다. 나르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전부 기억하는 쪽이고, 기억을 접시로만 말하는 쪽이다. 그러면 이 사람의 마지막 접시는 누가 기억해 주나.
마지막 영업일 밤, 마지막 손님이 나갔다.
수셰프와 주방 팀은 셰프가 등을 떠밀어 먼저 보냈다. "정리, 내 몫." 세 어절에 밀려 다들 인사를 하고 나갔고, 나는 홀 마감을 핑계로 남았다. 핑계인 걸 그도 알았을 것이다. 모르는 척해 주는 것도 행동의 일종이니까.
그가 주방을 정리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홀 의자를 다 올렸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저 좀 빌릴게요, 여기."
그가 돌아봤다. 나는 그를 지나쳐 가스 불 앞에 섰다. 겁은 났다. 파인다이닝 오너 셰프의 주방에서, 홀 신입이, 냄비를 꺼내 물을 올렸다.
김치를 썰었다. 도마 소리가 서툴게 났다. 등 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면을 삶고, 찬물에 헹구고, 들기름을 둘렀다. 엄마의 국수. 내가 아는 유일한, 남에게 내밀 수 있는 맛. 손이 두 번 데일 뻔했고, 면은 30초쯤 오버됐고, 들기름은 좀 많았다.
그릇을 패스에 놓았다. 그의 쪽으로 반 뼘 밀었다. 그러고 나서야, 배운 문법대로, 말했다.
"먹고 가."
그가 그릇을 봤다. 언제나 무언가를 만들던 자리에서, 처음으로 받는 쪽이 된 사람. 손이, 그 정확하던 손이, 잠깐 멈춰 있었다.
그는 먹었다. 천천히, 다, 국물까지. 젓가락을 놓고, 그릇을 두 손으로 반듯하게 정리하고 — 나는 그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이 사람은 행동이 먼저인 사람이니까. 접시를 씻거나, 불을 끄거나, 뭐라도 하고 나서 말할 것이다.
행동이 오지 않았다.
그가 나를 봤다. 빈손인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리고 이 주방에서 처음으로, 어쩌면 이 사람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말이 행동보다 먼저 나왔다.
"…같이 가."
세 어절이었다. 늘 그랬듯. 그런데 순서가 뒤집혀 있었다. 접시도, 냄비도, 어떤 준비된 행동도 없이 맨몸으로 나온 문장. 나는 그 말이 어디로 가자는 건지 묻지 못했다. 새 가게인지, 다른 뜻인지, 둘 다인지.
그가 손을 뻗어 가스 밸브를 잠갔다. 마지막 불이 꺼졌다.
어두워진 주방에서, 대답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문장은 대답이 필요한 종류가 아니었다.
'화로'의 간판이 내려진 건 그 주였고, 나는 실업자가 됐고, 백강우 셰프에게서는 일주일간 연락이 없었다.
여드레째 되는 날, 문자가 왔다. 주소 하나. 세 어절도 아니고, 주소 하나.
찾아간 곳은 구도심 골목의 작은 상가였다. 12석짜리 '화로'의 반쯤 되는 크기. 그가 안에서 벽지를 뜯고 있다가, 나를 보고, 서류 하나를 패스가 될 자리에 놓았다. 늘 그릇을 놓던 그 동작으로.
임대차 계약서였다.
계약 날짜가 먼저 보였다. 건물주에게 폐업 통보를 받은 날의, 바로 다음 날이었다. 다 계산해 놨던 것이다. 직원들 퇴직금처럼, 이직 자리처럼, 자기 다음 불자리도. 말만 안 했을 뿐.
그리고 상호란.
「들기름」
면접에서 내가 흘린 단어. 별거 아닌데, 라고 말했던 그 단어가, 이 사람의 다음 간판이 되어 있었다.
"이게…" 목소리가 잘 안 나왔다. "가게 이름이에요?"
그는 뜯다 만 벽지 앞에서, 소매를 한 번 고쳐 걷고, 말했다.
"네 몫도 있어."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