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0분 전의 빵집
30화. 내년에도 오실 얼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12월 31일 밤 9시 50분.
나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지하철 출구 계단. 회사에서 온 것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회사는 6시에 끝났는데, 후배들이 송년회를 하자고 해서 9시까지 있었다. 큰언니라서가 아니었다. 후배들이 나를 챙기는 자리였다. 막내가 잔을 채워 줬고 나는 3초 만에 받았다.
9시 반에 일어났다. "선배 어디 가세요?" "빵집." 후배들이 웃었다. 그것도 3초였다.
건너편 가게 창이 보였다. 창이 커서 골목 초입에서부터 보였다. 봉투를 든 사람.
문을 밀었을 때 시계는 9시 54분이었다.
"오셨다."
하람 씨가 봉투를 들고 있었다. 6월의 그 밤과 같았다. 내가 숨을 고르는 것도, 이 사람이 먼저 봉투를 들고 있는 것도.
"…어제 그 얼굴이면 오늘도 오실 것 같아서요."
그 문장이었다. 6월 문장. 나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때처럼.
"어제 제 얼굴이 어땠는데요?"
하람 씨가 봉투를 건네지 않았다. 들고만 있었다. 오래. 나는 세지 않았다. 세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도 오실 얼굴이요."
봉투가 내 손에 왔다. 몇 초였는지 모른다. 안 셌으니까.
"올해 마지막 봉투예요."
"네."
"6월부터 12월까지, 하루도 안 빼고요. 몸살 이틀이랑 이사 나흘이랑 쉰 날 하루 빼고."
"…뺐는데요."
"그건 봉투가 없던 게 아니라 제가 없던 거예요. 항목이 달라요."
정확한 사람이었다. 12월 31일에도.
창 앞 의자 두 개에 앉았다. 밖에서 폭죽 소리가 났다. 골목 위 어디서. 새해 두 시간 전의 폭죽.
"저기, 유진 씨."
"네."
"내년이요."
"네."
"내년엔 제가 갈게요."
나는 이 사람을 봤다. 결정권을 늘 나한테 두던 사람이 며칠 전 처음으로 자기가 정했다. 쉬는 날. 그리고 오늘 두 번째였다.
"…어디를요."
"유진 씨 3시 반에요. 회사 앞으로. 매일은 못 가고요, 일주일에 한 번. 빵 들고. 사진 대신이요."
"…회사 앞에 빵집이 오면 후배들이 뭐라고 해요."
"3초 세겠죠."
정확했다. 이 사람이 내 후배들한테 뭘 가르쳤는지 나는 알았다.
"그럼 저는요."
"유진 씨는 9시 50분에 오세요. 그건 그대로요. 저희 시간이니까. 근데 3시 반은 제가 갈게요. 빵이 대신 있는 게 아니라, 제가요."
한 뼘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자기가 정한 두 번째 것이 그거였다. 빵이 대신 가던 시간에 자기가 가는 것.
"…돼요."
0초가 아니었다. 3초였다. 알고 받았으니까.
10시. 마감 시간. 올해 마지막 마감.
하람 씨가 형광등을 껐다. 가게가 어두워졌다. 창이 커서 가로등이 들어왔다. 폭죽이 한 번 더 터졌다.
"봉투 열어 보세요."
"집에 가서요. 늘 그랬는데."
"오늘은 여기서요."
나는 봉투를 열었다. 캄파뉴 하나. 무화과가 꽃처럼 벌어져 있었다. 6월의 그 단면이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같은 단면.
그리고 포스트잇.
'이거 실패작이라 파는 건 아니고요, —'
6월의 문장이었다. 그런데 뒤가 달랐다.
'같이 드시는 거예요.'
나는 포스트잇을 오래 봤다. 6월에는 '드시는 거예요'였다. 나 혼자 식탁에서 먹으라는 것. 오늘은 같이였다.
"…반 주세요."
하람 씨가 말했다. 어두운 가게 안에서.
"반이요?"
"받는 연습 중이라서요. 전부 드리면 연습이 아니라 그냥 드리는 거예요. 반이면—"
"연습이에요."
내가 이었다. 이 사람의 문장을. 우리는 서로의 문장을 정확히 돌려주는 사람들이었다. 12월 31일에도.
캄파뉴를 반으로 잘랐다. 손으로. 무화과가 반씩 갔다.
새해가 두 시간 남았다. 우리는 어두운 가게 창 앞 의자에서 반씩 먹었다. 밖에서 폭죽이 터졌고, 창이 커서 그것이 다 보였다.
"오늘 몇 시였어요?"
하람 씨가 물었다. 올해 마지막 질문.
"9시 54분이요. 오셨다, 하신 시간."
"저도요. 근데 내년에는 3시 반이요. 제가 가는 시간."
나는 반쪽 캄파뉴를 들고 창을 봤다. 어두워서 창이 거울이었다. 두 사람이 비쳤다. 반씩 든 사람들.
봉투가 무릎 위에 있었다. 빈 봉투. 6월부터 12월까지의 마지막 봉투. 내년 첫 봉투는 회사 앞에서 받을 것이다. 3시 반에. 대신이 아니라 진짜한테.
"…내년에도 오실 얼굴이라고 했죠."
"네."
"내년엔 하람 씨가 온다면서요."
"…둘 다요. 그건 항목이 달라요."
폭죽이 한 번 더 터졌다. 내년 첫 3시 반까지, 이틀하고 몇 시간이 남아 있었다.
— 시즌 1 끝. (시즌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