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요, 후 불고
3화. 말이 먼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손목에 붕대를 감은 그녀가 포장마차에 있었다.
눈 예보 없는 밤이었다. 대기조도 아닌 밤. 그런데 주황 목도리가 있었다. 오른손목에 흰 붕대, 어묵 꼬치는 왼손에. 나를 보고 그녀는 늘 하던 대로 몸을 일으켰다 — 국자 쪽으로. 그리고 붕대 감은 손이 국자 앞에서 멈췄다.
들 수 없는 것이다.
행동이 먼저 오는 사람이 행동을 못 하게 된 밤. 그녀는 국자 앞에서 서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나를 봤다. 붓지 못하면 말할 수도 없는 사람. 순서가 막힌 것이다.
나는 국자를 들었다.
두 컵에 국물을 부었다. 그녀 것 먼저. 가득. 그다음 내 것.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채워진 컵 앞에서, 붓지 않고 받는 첫 밤. 그녀는 컵을 왼손으로 감쌌다. 김이 올라왔다.
"…손목은요."
"2주래요. 별거 아니에요."
"저희 골목 때문이잖아요."
"골목 때문 아니에요." 끝이 올라가는 짧은 존댓말. "제가 미끄러진 거지."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국물을 마셨다. 뜨거운 걸. 자기 컵이 식기 전에 마시는 걸 나는 처음 봤다.
어묵을 다 먹을 때까지 말이 없었다. 사장은 눈치 좋게 솥 반대편에서 라디오를 틀었고, 심야 사연 라디오 재방송이 작게 흘렀다. 천막 밖은 조용했다. 눈이 없는 겨울밤.
그녀가 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국자에 손을 뻗지도, 어묵을 밀지도, 목도리를 고치지도 않았다. 빈 왼손이 무릎 위에 있었다. 3년째 먼저 움직이던 사람이, 처음으로 움직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번엔 제 컵 좀 채워 줄래요."
말이 먼저 왔다. 행동 없이. 붓고 나서 말하던 사람의 순서가 처음으로 뒤집혔다.
"계속."
한 단어가 뒤에 붙었다. 오늘 밤만이 아니라는 뜻. 내가 국자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컵을 채우려고. 그런데 그녀의 붕대 감은 오른손이 먼저 움직였다 — 컵 쪽이 아니라, 국자를 잡으려던 내 손등 위로.
붕대 너머로 체온이 왔다. 손목은 다쳤어도 손은 따뜻했다. 늘 식은 컵 앞에 있던 사람의 손이 이렇게 뜨거운 줄은 —
"…뜨거워요." 그녀가 말했다. 국물 얘기가 아니었다.
"후 불고."
내가 받았다. 국물 얘기가 아니었다.
겨울은 그 뒤로 3주를 더 버텼다.
구청 공지가 붙은 건 3월 첫째 주였다. 「동절기 제설 대기조 운영 종료 안내.」 눈이 안 오면 대기조는 없다. 대기조가 없으면 눈 예보 밤의 포장마차도 없다. 그녀가 이 골목에 올 이유가 — 적어도 공식적인 이유가 —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그날 밤 포장마차에서, 그녀의 무전기가 마지막으로 울렸다.
"제설 대기조 전원, 금일부로 해산합니다. 한 시즌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상—"
지직, 하고 끊겼다. 그녀는 무전기를 오래 봤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었다.
"…눈, 이제 안 오겠네요." 내가 말했다.
"네." 그녀가 어묵을 한 입 먹었다. 국자는 내 옆에 있었다. 그녀의 컵은 내가 채웠고, 뜨거웠고, 그녀는 후 불고 마셨다.
"그럼 뭘 핑계로 오지."
혼잣말처럼 흘린 그 문장은 질문이 아니었다. 눈이 없는 계절의 오세리는 어떤 얼굴로 이 골목에 올 것인가. 대기조도, 무전기도, 눈도 없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처음으로 이유 없이 움직여야 하는 봄이 오고 있었다.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