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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화. 예약은 하나였다

🤖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서울역 플랫폼, 아침 8시 40분. 커피 두 잔을 들고 뛰다시피 걸어오는 나를, 한여름은 3번 승강장 표지판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캐리어 손잡이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린 채. 무표정하게. "늦으셨습니다." "안 늦었어. 2분 남았잖아." "2분 남으신 겁니다." 반박할 말을 고르는 사이에 기차가 들어왔다. 나는 포기하고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한여름은 컵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반 박자 늦게 물었다. "…한 잔은 누구 겁니까." "너 거." "저는 부탁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고는 컵을 받아 들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저게 저 애의 문법이다. 한여름. 입사 두 달 차 신입. 이름은 한여름인데 온도는 한겨울이라는 게 팀의 공식 평가고, 대답은 항상 반 박자 늦고, 문장은 항상 한 뼘 짧다.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1박 2일, 저 애와 단둘이 지방 출장이다. 팀장님은 어제 이렇게 말했다. "서준 씨가 선배니까 잘 챙겨." 챙길 게 있어야 챙기지. 두 달 동안 지켜본 바로 한여름은 챙김이 필요한 유형이 아니라, 챙기려는 사람을 머쓱하게 만드는 유형이었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창측이 한여름, 통로측이 나. 첫 30분 동안 나는 세 번 말을 걸었고, 세 번 다 침몰했다. "어제 그 예능 봤어?" "아니요." "아침은 먹었고?" "네." "기차 오랜만이지?"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가 뭐야, 그렇습니까가. 나는 대화를 접고 노트북을 열었다. 내일 오전 보고용 발표 자료. 실사 결과 정리 페이지의 구성이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도표를 넣었다 뺐다 하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셋째 장 도표, 순서가 결론보다 뒤에 있습니다. 담당자는 결론부터 봅니다. 도표는 근거니까 뒤로 빼시는 게 아니라 결론 바로 아래 붙이셔야 합니다."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한여름을 봤다. 세 문장이었다. 방금. 연속으로. "…너 지금 세 문장 말했다?" "넷째 문장입니다." 한여름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나가는 논을 한참 보다가,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논이 규칙적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통계적으로." "……통계는 어디서 나온 건데." "제 마음속에서요." 농담인가? 얼굴을 봐서는 알 수 없었다. 저 애는 폭탄 같은 소리를 꼭 결재 서류 읽는 얼굴로 한다. 나는 웃음을 참느라 도표 하나를 통째로 날렸고, 한여름의 말대로 결론 아래 다시 붙였다. 훨씬 나았다. 그게 좀 분했다. 현장 실사는 오후 두 시부터였다. 클라이언트의 지역 매장. 담당 점장님은 목소리가 크고 설명에 과장이 섞이는 분이었다. "주말엔 여기가 발 디딜 틈이 없어요, 발 디딜 틈이."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한여름은 태블릿을 두 번 넘기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주말 평균 방문 240명이면 시간당 30명입니다. 발은 디딜 수 있습니다. 다만 계산대 앞 동선이 좁아서 체감 혼잡도가 두 배로 나옵니다. 동선을 고치면 같은 인원으로 두 배 붐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점장님이 3초쯤 멈췄다가 물었다. "……두 배 붐벼 보이게요?" "네. 장사는 붐벼 보여야 하니까요." 점장님은 그날 우리한테 음료수를 세 번 내왔다. 실사는 예정보다 일찍, 좋은 분위기로 끝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오늘 네가 다 했다." 한여름은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네." 겸손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저녁은 역 앞 국밥집이었다. 법인카드의 품격에 대해 잠깐 고민했지만, 한여름이 간판을 보자마자 "여기가 좋겠습니다"라고 해서 결정이 삼 초 만에 끝났다. "국밥 좋아해?" "모릅니다. 처음 먹어봅니다." "처음인데 여기가 좋겠다고 한 거야?" "리뷰가 4천 개였습니다. 4천 명이 틀리기는 어렵습니다." ……저 애의 세계에는 모든 것에 근거가 있다. 국밥이 나오자 한여름은 한 술 뜨고, 잠깐 멈추더니, 그릇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4천 명이 옳았습니다." 나는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 웃음을 삼키는 나를 한여름이 무표정하게 건너다봤다. 뭐가 웃긴지 정말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 때문에 더 웃긴다는 걸, 본인만 모른다. 계산은 내가 했다. 법인카드였는데도 한여름은 꾸벅,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잘 먹었습니다. 회사에 감사드립니다." 회사에 감사를 전하는 신입이라니. 두 달을 봤는데도 여전히 저 애의 다음 문장을 예측할 수가 없다. 호텔은 역 근처였다. 프런트에 사원증과 예약 문자를 내밀 때까지만 해도, 나는 오늘 하루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청우플래닝, 예약 한 건 맞으시죠. 더블룸 하나." "……네?" "더블룸 한 개, 성인 두 분으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트윈이 아니라. 두 개가 아니라. 더블, 하나. "저기, 방을 하나 더 잡을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이번 주가 지역 축제 기간이라 전 객실 만실입니다." 근처 다른 숙소를 검색했다. 만실, 만실, 만실. 마지막 서울행 기차는 20분 전에 끊겼다. 팀장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세 번째 신호음쯤에서 나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이 상황을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하나. 사과? 로비 소파? 아니면 찜질방이 근처에— "이불 여분 있습니까." 옆에서 한여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저 애는 프런트 직원에게 이미 다음 질문을 하고 있었다. "수건은 몇 장입니까. …네. 두 장 추가 부탁드립니다. 짐은 지금 올리겠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없다. 하나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문장을 8개쯤 만들었다 부쉈다.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소파에서 자겠다고 먼저 말해야 하나. 아니 그 전에 이게 미안할 일인가? 예약은 총무팀이 했는데. 층수 표시등이 7에서 멈출 때까지 한여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시등만 보고 있었다. 704호. 카드키를 대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문이 열렸다. 창가에, 침대가, 하나 있었다. 넓긴 했다. 넓다는 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문지방에 선 채로 침대를 한 번, 복도를 한 번 돌아봤다. 복도로 도망친다고 방이 두 개가 되는 건 아니었다. 한여름이 내 옆을 지나 캐리어를 끌고 먼저 들어갔다. 방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한 바퀴, 시선으로 방을 훑었다. 침대. 창문. 붙박이 옷장. 바닥. 그리고 결재 서류를 읽는 그 얼굴로, 건조하게 말했다. "구역 나누시죠. 저는 왼쪽 씁니다." 캐리어 지퍼 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나는 아직 문지방에 서 있었다. ……지금 이 방에서 당황한 사람이 나뿐이라는 게, 제일 당황스럽다. — 1화 끝.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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