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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3화. 들으셨습니까

🤖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알람은 7시에 울렸다. 눈을 떴을 때 커튼 사이로 아침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고, 한여름은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씻은 머리, 반듯한 등, 어제와 같은 자세. 마치 밤 같은 건 없었다는 듯이. "……일어났어?" "6시에요." 일어났냐고 물었는데 기상 시각이 돌아왔다. 저 애다운 대답이었다. 그러니까 — 알람보다 1시간 먼저 깨 있었다는 얘기다. "잠은 잘 잤고?" "네." 그게 끝이었다. 나는 이불을 개며 곁눈질로 저 애의 옆얼굴을 살폈다. 새벽의 그 목소리 — 선배님은, 진짜 — 를 물어볼 문장을 밤새 꿈속에서 서른 개쯤 만들었는데, 아침 햇빛 아래서는 단 한 개도 꺼낼 수가 없었다. "저기, 한여름. 혹시 어젯밤에—" "체크아웃은 11시입니다." 문장이 잘렸다. 한여름은 수첩을 덮고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창고 실사는 9시입니다. 준비하시죠." ……어제보다 문장이 짧다. 확연히. 어젯밤 어둠 속에서 길게 풀리던 그 말들이 전부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내가 뭘 잘못했나. 샤워하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새벽에 뒤척이다 이상한 소리라도 냈나. 아니면 그 목소리를 들은 걸 들켰나. 아니, 애초에 그게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면 — 잘못한 건 들은 쪽인가. 수건이 어제처럼 각 잡혀 개어져 있었다. 그게 왜 마음을 더 복잡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조식은 1층이었다. 뷔페식이라기엔 민망한 규모였지만 토스트와 계란은 있었다. 한여름은 접시에 계란 하나, 토스트 한 장, 우유 한 잔을 정확히 담아 와서 정확히 다 먹었다. 어제의 국밥집이었으면 "4천 명이 옳았습니다" 같은 소리가 한 번은 나왔을 텐데, 오늘의 식탁에는 포크 소리만 났다. "맛은 어때." "먹을 만합니다." "……점수로 하면?" "63점입니다." 숫자가 나왔다. 나는 조금 반가웠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63점의 근거도, 감점 요인도, 통계도 없이. 어제의 한여름이었으면 그 뒤에 세 문장은 더 붙었을 자리였다. 체크아웃은 한여름이 했다. 카드키 두 장을 반납하며 프런트 직원에게 "이불 여분, 잘 썼습니다"라고 꾸벅 인사하는 걸 나는 뒤에서 봤다. 직원이 "두 분, 축제 기간이라 고생하셨어요"라며 웃었고, 한여름은 3초 침묵 후 "……네"라고만 했다. 나는 캐리어 손잡이만 고쳐 잡았다. 창고 실사는 9시 정각에 시작됐다. 한여름의 수첩에 적혀 있던 대로였다. 점장님이 말한 회전율과 실제 재고 데이터의 2퍼센트 오차. 우리는 창고 선반 사이를 오가며 바코드를 찍고 수량을 맞췄다. 어제까지는 손발이 잘 맞았다. 내가 선반을 짚으면 한여름이 숫자를 불렀고, 내가 놓친 건 저 애가 잡았다. 오늘은 두 번 부딪혔다. 같은 선반으로 동시에 손을 뻗다가 한 번, 좁은 통로에서 방향이 겹쳐서 한 번. 두 번째로 부딪혔을 때 한여름은 반보 물러서며 "먼저 가시죠"라고 했고, 나는 그 반보의 거리가 어제보다 멀다는 걸 알았다. 맨 위 선반 차례가 왔을 때, 한여름이 까치발을 들었다. 손끝이 박스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어제의 나였으면 자연스럽게 꺼내줬을 거고, 어제의 한여름이었으면 "부탁드립니다"라고 실무적으로 요청했을 거다. 오늘 우리는 둘 다 그러지 못했다. 저 애는 근처에서 발판 사다리를 끌고 왔고, 나는 그걸 보고만 있었고, 사다리 바퀴 소리가 창고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울렸다. "잡아줄까." "안전수칙상 2인 1조가 맞긴 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다리를 잡았다. 머리 위에서 박스 내리는 소리, 바코드 찍는 소리. 그 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게 숫자를 불렀고, 나는 그 숫자들을 받아 적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 일 얘기만 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대화만. 점장님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두 분, 어제까지는 손발이 척척 맞더니? 오늘은 어째 서먹서먹하네." 나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한여름은 3초쯤 침묵하다가 말했다. "…컨디션 난조입니다." 8글자짜리 대답이었다. 오늘 들은 문장 중에 제일 짧았다. 실사는 11시 반에 끝났다. 오차의 원인은 반품 처리 누락이었고, 한여름이 정리한 보고 초안은 여전히 정확했다. 일은 완벽했다. 일만. 역으로 가는 길에 어제의 국밥집 앞을 지났다. "어제 거기, 갈까? 점심." "기차 시간이 있습니다." 기차 시간은 40분 남아 있었다. 국밥은 10분이면 나온다. 4천 명의 리뷰가 보증하는 속도다.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고, 한여름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어제는 됐던 것이 오늘은 안 된다. 역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샀다. 한여름은 참치마요를 반 박자 늦게 받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 인사만은 어제와 같았다. 서울행 기차. 올 때와 같은 배치, 창측이 한여름, 통로측이 나. 나는 2시간 동안 새벽의 문장을 꺼낼 타이밍을 쟀다. 터널을 지날 때 — 지금은 어두우니까, 하다가 터널이 끝났다. 승무원이 지나갈 때 — 지나가고 나면, 하다가 저 애가 눈을 감았다. 자는 건지 감은 건지 판별이 안 되는 옆얼굴을 보다가, 나는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창밖만 봤다. 논이 지나갔다. 한여름은 어느새 눈을 뜨고 같은 논을 보고 있었다. 규칙적이라는 말도, 통계 얘기도 없이.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그 침묵이 어제의 모든 대화보다 시끄러웠다. 서울역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개찰구를 나와서, 캐리어 바퀴 소리 두 개가 나란히 굴러가다가, 갈림길에서 멈췄다. 저 애는 2호선, 나는 4호선. 여기서 헤어지면 다음은 내일 아침 회사다. 그리고 내일의 회사에서는, 오늘의 이 어색함이 그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나는 그게 싫었다. 그런데 그걸 바꿀 문장이 끝내 안 나왔다. "그럼, 내일 보자. 오늘 고생했어." "네.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돌아섰다. 세 걸음쯤 걸었을 때였다. "선배님." 등 뒤에서, 한여름의 목소리. "어젯밤에, 들으셨습니까." 나는 돌아봤다. 한여름은 캐리어 손잡이에 두 손을 올린 채 서 있었다. 서울역 소음 한가운데서, 반듯하게, 나를 똑바로 보면서. 들었다고 해야 하나. 못 들었다고 해야 하나. 어느 쪽이 저 애를 도망가게 하지 않는 대답인가. 3초 동안 나는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객관식을 풀었고 — 답을 고르기도 전에, 한여름이 말을 이었다. 반 박자, 빠르게. "들으셨으면……" — 3화 끝. (4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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